[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대체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얘 말고 할 사람이 없어'란 말이 따라붙을 수 있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배우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데뷔 1년 만에 지상파에 입성한 배우 최우진. 그는 가장 확실한 노력으로 가능성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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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우진. /사진=위에화 제공 |
최근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하 '지거전') 종영 인터뷰를 위해 미디어펜과 만난 최우진은 기자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자신의 별명, MBTI, 좋아하는 것들 등이 채워진 자기소개서였다. 그는 "직접 준비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데뷔 2년 차에 접어든 신인 배우의 설익은 열정은 기분 좋은 파장으로 이어졌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왜 '지거전'의 국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최우진은 극 중 반전 정체를 숨긴 대통령 대변인실 별정직 행정관 박도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백사언(유연석 분)의 믿음직한 최측근인 그는 납치범의 조력자라는 어두운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최우진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시청자들이었다. 작품에 대한 관심 만큼 '박도재'라는 역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는 의미다.
그는 "홍희주(채수빈 분)를 뒤에서 민 사람이 저라는 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시청자들이 알아챘다. 홍희주를 민 손에 있는 점과 SNS에 있는 제 손 사진을 대조해서 '네가 빌런이지?' 하더라"며 "그만큼 몰입해서 봐주시는 것에 감사했고, 또 '박도재'라는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도 감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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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우진. /사진=위에화 제공 |
작품 초반 1300여명에 불과했던 최우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어느새 45만명을 훌쩍 넘어섰다.(1월 20일 기준) 최우진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며 웃으면서도, 팬들의 사랑을 놓치지 않고 목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이렇게까지 많이 오를 일인가 싶을 정도로 숫자가 체감이 되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그저 얼떨떨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댓글에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 해외 팬 분들이 각국의 언어로 댓글을 달아주시면 '번역보기'를 통해 모두 읽어보고 있어요. 전 원래 SNS를 잘 안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수시로 보게 돼요. 저를 태그한 게시글이나 릴스도 찾아봐요. 믿기지가 않아서요. 하하."
최우진은 극 중 백사언의 충직한 우군에서 납치범의 공범이란 반전 정체를 가진 인물로의 변화를 과감하게 그려내며 주목 받았다. 그의 유려한 감정 표현, 액션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오디션이 '지거전' 합류를 위한 시작이었다. 그는 "첫날은 준비해간 연기를 잘 보여드렸다. 긴장하지 않고 잘 했던 것 겉다"며 "원작인 웹소설을 다 읽었기 때문에 박도재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감독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감독님도 그에 대한 답을 얘기해주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에 오디션을 보고 기분 좋게 집에 갔는데, 감독님이 그날 오후에 '내일 오디션을 또 보러 올 수 있냐'고 하셨어요. 이번엔 납치범의 대사로 바꿔서 해보자고요. 극한의 감정을 표출하는 대사였거든요. 감독님께서 제 연기 스펙트럼을 보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백사언이 끌고 가는 감정의 깊이를 박도재가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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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우진. /사진=위에화 제공 |
준비된 최우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루 만에 준비한 연기로 감독을 다시금 만족시켰다. 그리고 '지거전'에 합류했다. 그는 "배역의 비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1화부터 12화까지 계속 나오는 인물이고, 반전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라면서도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예고 시절부터 꾸준히 쌓아온 경험치를 믿었다. 나를 믿고 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우진은 원작과 차별점을 둔 캐릭터로 극의 곁가지에서 중심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그는 "박도재가 원작에선 방심을 유도하는 덤벙대는 느낌이었다면, 극에선 '리틀 백사언', '백사언의 그림자'란 수식어가 있는 철두철미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며 "무표정, 절도 있는 행동으로 캐릭터를 더 섬세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박도재의 반전 정체가 드러나고 칼을 맞게 된 9~10화는 최우진이 가장 공 들인 회차 중 하나다. 박도재가 칼을 맞은 장면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부른 명장면 중 하나다.
이번에도 지난 날의 경험이 힘이 됐다. 최우진은 "2016년 무협활극을 했다. 당시에 칼 쓰는 거, 맞는 연기 같은 걸 했었는데 데뷔작인 '이재, 곧 죽습니다'부터 그 때 경험을 살릴 수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랬다. 액션 신이 어렵진 않았다. 몸을 잘 쓰는 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 유연석의 도움이 컸다. 그는 "유연석 선배가 워낙 잘 한다. 제가 잘 따라가기만 해도 됐다"면서 "저는 몰랐는데 시청자 분들이 선배와 저의 브로맨스를 눈여겨 봐주셨다. '두 사람 브로맨스 찬성' 이런 댓글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연석 선배는 저에게 중요한 장면일 때도 직접 눈시울을 붉히는 열연으로 제게 에너지를 주려 했어요. 스태프 분들께도 제 장면이 느낌이 더 살 수 있게 여러 요청을 해주셨고요. 10화 장면을 잘 살릴 수 있었던 것도 선배 덕분이에요. 10화 촬영 후에 제가 잘 못했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방송 후에 먼저 전화를 주셨어요. '잘했다'는 말에 안심이 되더라고요.(웃음)"
공교롭게도 그가 꾸준히 롤모델로 꼽아온 인물도 유연석이다. 최우진은 "캐릭터마다 다른 얼굴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번에 함께 촬영하면서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존경하게 됐다"고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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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우진. /사진=위에화 제공 |
배우로서 매체 데뷔는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계원예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판을 거쳐온 지난 날의 노력은 데뷔와 동시에 그를 '대세'로 발돋움하게 했다.
최우진은 차근차근 지나온 시간 동안 '인간 최우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배우 최우진'은 무엇을 해야할지를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다시금 꺼내든 자기소개서 속 MBTI가 그랬다. 그의 MBTI는 ISTP, 별명은 디오니소스다. 최우진은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신다. 술자리에 늘 제가 있었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디오니소스다"며 웃었다.
"조금 더 어릴 땐 그런 게 좋았어요. 그래서 MBTI도 (내향성) I가 아니라 (외향성) E였거든요.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보니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되더라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괜찮고, 그 시간이 좋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스스로를 더 잘 알게된 만큼 한계의 벽을 뛰어넘을 자신도 생겼다. 전작에선 뺨 맞고, '지거전'에선 칼을 맞은 그가 이젠 또 어떤 역할로 대중과 마주하게 될지 기대되는 이유다. 차기작은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JTBC 새 드라마 '굿보이'다.
"이번 작품에서 제 연기 점수는 50점이에요. 열심히 연구했지만 100% 만족하진 않았거든요. 현장에서 제가 준비한 걸 다 보여드리진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또다른 작품을 위한 오디션을 계속해서 보고 있어요. 박도재라는 매력적인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매력으로 시청자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아요. 더 많이, 더 자주 찾아뵙는 배우가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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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우진. /사진=위에화 제공 |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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