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에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
당장 대선 지지도 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크게 우위에 있으나 비호감도도 여전히 높은 만큼 이를 활용해 경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 내 대권 후보군으로 부상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밤 지난 2017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았을 당시 원내부대표단과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날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는 '우원식 원내지도부'에서 '협치' 분야 원내부대표를 맡은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당시 경남 김해을 지역구 국회의원)도 참석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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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4.6.17./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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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에서 현재 개혁신당 소속인 조 전 의원은 "소보로빵 한 가지만 팔란 법 있나. 우리도 대전 소재 한 빵집처럼 튀김 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 만찬 건배사로 조응천 전 의원이 "튀김 소보로"를 선창한 후 참석자들이 "우원식 파이팅"이라고 후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대표가 대권 경쟁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다양한 후보가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태극기 집회에 '2030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층 참여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겨냥해 청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야권 잠룡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개최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바탕으로 한 영화 '하얼빈' 상영회에 참석해 "늘 어려울 때마다 한 집단 살린 건 청년들 의기와 용기였다"며 "이번 탄핵 정국에 길거리에서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응원봉을 들고 있지만 우리는 한 공간에서 하나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비명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대한 국민이, 특히 우리 청년들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이제는 민주당 스스로 돌아볼 때다. 일상이 되어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려면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라며 "상대의 실수에 얹혀 하는 일은 지속하기 어렵다.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권 출마 의지를 잇달아 밝혔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민평련계 대모'로 불리는 인재근 전 의원을 경기도경제과학진흥권 이사장에 임명하는 등 잇단 비명계 인사 영입을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김두관 전 의원 역시 대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 측근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 지지 세력은 이미 정책 포럼을 비롯해 김 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귀띔했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에서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46.5%로 39.0%를 기록한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 대상 유무선 혼합 ARS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7.8%,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심지어 친민주당계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의 정례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8.1%를 기록해 22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43.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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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4.11./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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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는 5.1%포인트로 직전 조사인 지난 13일 발표된 조사와 비교해 5.6%포인트 줄었다.(무선가상번호 활용 전화면접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7.1%,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초 '어대명'(어차피 대권은 이재명)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잇단 줄탄핵과 정책을 앞세우는 수권 정당 이미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여론 지형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에서의 비명계 대권 잠룡의 '몸풀기'는 당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자칫 싱거울 뻔했던 경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잠룡들이 최근 여론 동향을 보고 '나도 해볼만 하겠구나'라는 판단을 세웠을 수 있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도 '분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는 만큼 당내 경쟁자 등장은 민주당에게 나쁘지 않은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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