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여야 정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전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을 놓고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거나 요구 수준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정책 방향을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이재명(비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당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애써 평가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보고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0일~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가 이날 발표된 가운데 민주당의 지지율은 36%로 38%를 기록한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안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조사방식 : 휴대전화 가상번호(100%) 전화면접,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29.5%,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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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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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인사들은 민주당을 두고 '이재명 일극체제에 머물고 있다'고 발언하며 이 대표를 향한 견제에 나서기도 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일극체제라고 할지 아니면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접적인 평가는 자제하는 발언이었지만 우회적으로 '일극체제'라는 자당 내 인사들의 비판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연장법안 등 잇단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 현재 국정운영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권한 행사 기준이 오락가락 멋대로이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도 본인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골라 임명하고 상섵특검(후보) 의뢰는 법이 정한 의무인데 즉시 (의뢰)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며 "법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가시권에 들어온 조기 대선 과정에서 극심해진 사회 갈등을 봉합하거나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계획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집권 과정에서는 자기 진영 또는 자기 지지 세력을 대표하지만 집권을 하고 나면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며 "통합의 가치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보복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내란 세력' 사면 여부에 관한 이야기를 벌써부터 하던데 명백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며 "그건 부정행위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항소심을 앞두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전 세계에 대한민국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우리 변호인단이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데 신청 여부는 변호인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 지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에 관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도 나섰다. 그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탈이념·탈진영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7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했던 덩샤오핑(등소평·鄧小平)의 어록을 인용하며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기본사회' 공약을 재검토한다는 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심각하게 고민 중인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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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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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철학을 빨리 바꾸는 것 아닌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세상에 해야 될 일은 산더미같이 많은 것이고 정책이란 어떤 것은 하고 어떤 것은 안 하고가 아니라 어떤 것을 더 우선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며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변함없는 무역과 투자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주요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지칭하며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북미대화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 관해서는 "미국 신(新)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우리가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어떤 경우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대한민국 패싱' 가능성이 매우 높고 우려가 크다"며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되는 길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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