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협의회 참석 대상자 정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합의
반도체 R&D 인력 주52시간제 예외·추경 두고 여야 충돌
李 '실용주의' 강조·일부 절충점도 존재…설 이후 협의 주목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정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국정 운영 방향에 논의하는 국정협의회 출범이 난관에 빠진 모습이다. 여야는 두 차례 협의회 출범을 위한 실무회동을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고조로 인한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협의회 출범을 통한 협치가 긴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설 연휴가 지난 이후 국정협의회 출범을 위한 실무회동을 추가로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9일과 22일 모여 국정협의회에 다룰 의제 등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지난 9일 회동 당시 국정협의회 참여 대상자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으로 정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합의 내용이다.

   
▲ 지난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국정협의체 첫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 이날 협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진성준 정책위의장,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강명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곽현 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여야는 설 연휴 전 국정협의회를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의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으며 출범 시기는 결국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정협의회와 관련해) 특별하게 논의가 더 진전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여야가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부분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반도체 특별법, 공석인 국방부 장관 및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 여부이다. 

170석 이상 보유한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정책 중 하나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전 국민 25만원 지급 내용 등이 담긴 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빠른 시일 내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해 부진을 겪고 있는 내수 경기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내수 경기가 심각하게 안 좋아서 골목이나 서민들의 삶이 너무 많이 무너지고 있다"며 "추경을 해서 내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에서 "내란을 종식하고 과감한 추경으로 침체에 빠져있는 민생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회복과 성장을 위한 추경 편성에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른바 '지역화폐 추경'을 두고 "정략적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를 빚쟁이로 만들겠다는 심보"(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며 올해 예산의 조기집행을 통해서 충분히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 국민에게 25만 원 상품권을 지급하면 13조 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국가재정 곳간을 털어 매표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현금 살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전체 예산의 75%를 조기 집행하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1분기 정도에 과연 조기 집행 효과가 어떤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추가) 예산 투입이 필요한지 검토하고, 그다음 어떤 부분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국내총생산(GDP) 상승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 필요하면 추경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을 두고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대상으로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예외를 둘 수 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여야가 해당 법안 중 가장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조항은 반도체 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여부 부분이다. 

국민의힘은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대만 TSMC 등 해외 업체에 비해 약화됐다며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주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할 경우 건강권 침해 등 근로자들의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 지난해 12월 31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장 주재 여야 대표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반도체 특별법과 함께 이른바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고 있는 해상풍력 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법 등 3개 법안에 관해서는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실용주의'를 강조한 만큼 특정 직군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두고 여야 간 협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반도체 특별법을 두고 정책 토론회(정책 디베이트)를 개최하는데 이 대표가 직접 좌장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설 연휴 이후 반도체 특별법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여야가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정협의회 방향성의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정협의회 출범을 두고서는 아직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면서도 "민주당 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