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지난달 계엄 사태의 충격으로 원화 실질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1.03(2020년=100)으로 전월 대비 1.99포인트 내렸다. 이는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 엔화(71.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비교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기준 연도 대비 해당 화폐의 가치가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현재 원화의 실질 가치는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실효환율 낙폭(-1.99포인트)은 브라질(-3.94포인트), 오스트레일리아(-2.37포인트)에 이어 64개국 중 세 번째로 컸다. 이는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2.92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으로,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 68.1,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8.7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2020년 10월부터 100선을 웃돌다가 2021년 7월 이후 90 중반대에서 움직였으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95선 아래로 내려왔다. 특히 12월에는 계엄 사태를 계기로 90 초반대까지 하락하며 9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계엄 선포 당일 1442원까지 급등한 뒤, 12월 말 1486원대까지 치솟은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의 절하율(-5.3%)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6.4%)에 이어 주요 30개국 통화 중 두 번째로 큰 폭의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 등 정치적 요인으로 환율이 펀더멘털 대비 약 30원 이상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