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 대출빗장을 열고 있다. 최저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주담대 5년 주기형 상품까지 나왔는데, 타행들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지 주목받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동결 여파로 한국은행의 연중 추가 금리인하가 제한적인 만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대폭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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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 대출빗장을 열고 있다. 최저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주담대 5년 주기형 상품까지 나왔는데, 타행들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지 주목받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동결 여파로 한국은행의 연중 추가 금리인하가 제한적인 만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대폭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주담대 대출금리를 조금씩 인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1일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p) 낮췄다. 상품별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지표금리) 0.20%p △전세자금대출 0.01~0.29%p △신용대출 0.23%p 등이다.
대구를 본거지로 하는 시중은행 iM뱅크도 주담대 5년 주기형 상품인 'iM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기존 1.94%에서 0.56%p 인하해 1.38%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연 4% 초중반대에 형성되던 최저금리가 연 3.70%대까지 내려왔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은행채 5년물을 준거금리로 삼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0.04%p 낮췄다.
이에 앞서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대면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금리 산정 과정에서 영업점장 재량으로 금리를 깎아주는 우대금리 폭을 최대 0.40%p까지 올렸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0%p 인하했고, SC제일은행은 같은 날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0%p 올려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은행들의 이 같은 가산금리 인하 움직임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입김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가산금리 인하를 주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에 각종 보험료나 출연금 등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0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가산금리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기업이 종전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2일 가진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하 속도·폭 이런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하고 있고 검토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런 방향으로 모니터링하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본격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금리인하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우선 미 연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동결했다. 특히 '한동안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연준이 5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동결 소식에 한국은행의 속셈도 복잡해졌다. 계엄 사태로 소비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한은이 2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금리인하는 어려운 까닭이다. 한미 간 금리차 확대 및 원달러 환율 급등,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아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00%로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한은의 금리인하 동력이 상실됨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미 연준의 금리동결 여파로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며 "당국이 가산금리 인하를 부추기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여전한 만큼, 올해 대출금리 인하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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