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NIM 하락 등 악재 산적…"새 수익원 창출 물색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오랜 고금리 기조로 매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 중인 가운데, 대출사업 중심의 수익창출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물경제 성장률 저하,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심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이 주 요인인데, 비이자사업 및 신탁·자산운용, 해외진출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경제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은행의 전략 변경 필요성'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총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은 88.6%에 육박했다. 대부분의 이익이 대출에 의한 것인데, 실제 은행권 총자산 대비 대출 비중은 2013년 62.4%를 기점으로 꾸준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 대비 대출 비중은 61.5%로 나타났다. 

   
▲ 국내 은행들이 오랜 고금리 기조로 매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 중인 가운데, 대출사업 중심의 수익창출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물경제 성장률 저하,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심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이 주 요인인데, 비이자사업 및 신탁·자산운용, 해외진출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힘입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올해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시현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 4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조 3421억원 대비 약 8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실적 호황은 고금리 기조 속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연말까지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한 데 따른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 덕분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경제·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대출자산 위주의 은행 비즈니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연구원의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대출자산 중심 비즈니스를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로 △실물경제 성장률 하락 △인구감소 및 고령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NIM 감소 등을 꼽았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가계대출 중심의 은행 영업모델에 큰 악재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 중인데, 2030년께 5130만명, 2041년께 5000만명 아래까지 각각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감소하면 기본적으로 대출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은행으로선 악재다. 

아울러 고령인구 비율(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올해 20%로 추정되는데, 오는 2036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될 수록 미래소득을 당겨 쓰는 대출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자이익을 지탱해준 고금리 기조가 앞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저성장을 타파하려면 결국 정책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 수익성 지표인 NIM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억제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대출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대출영업 매력을 반감하고 있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이 대출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에서 벗어나, △비이자사업 △신탁·자산운용 등 인구 고령화 관련 비즈니스 △해외진출 확대 등 근본적으로 전략을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이자수익 증대는) 향후 대출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이자수익 축소에 대비한 전략 변화 차원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신탁·자산운용 비즈니스 확대도 비이자수익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선임연구위원은 "평균 연령이 낮으며 성장률이 높은 국가 위주로 해외진출을 늘리는 것은 새로운 은행 수익원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장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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