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딥시크의 등장 이후로 AI(인공지능) 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IT 기업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딥시크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능의 AI 모델 개발에 성공하며, 머니게임에서 밀린 국내 IT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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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
3일 업계에 따르면 AI 산업의 정세가 딥시크의 등장 이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는 오픈소스 LLM(대형언어모델) R1의 개발사로, 600만 달러(86억 원) 미만의 금액으로 수준 높은 모델을 제작하며 이목을 끈다. R1은 일정 부분에서 오픈 AI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수학문제테스트와 다양한 주제의 복잡한 질문 테스트(FRMES)에서도 오픈 AI의 모델 'o1'을 앞섰다고 전해진다.
딥시크의 성공은 대규모 자원의 투입이라는 고정 관점에서 탈피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기존 AI 기술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금액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실제 2023년 글로벌 AI 투자액(한국지능정보사회원 보고서)은 1419억 달러(208조5504억 원)에 달한다. 또한 AI 투자 금액은 추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글로벌 AI 투자액의 약 62%인 874억2000만 달러를 사용해 시장을 선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AI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 인하에 나서며,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 중이다. 미국은 AI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최대 5000만 달러(735조1000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금액이 큰 탓에 AI가 거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 시점 AI 사업은 수익성이 저조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빅테크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 중이다.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올해부터 B2B(기업간거래) 사업에서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업황 속에서 딥시크는 '저비용·고효율'에 성공하며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AI 산업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선 비용 효율화를 통해 AI 수익화 시점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저렴한 GPU(그래픽처리장치)로도 높은 효율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 만큼,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딥시크의 기술 활용 방안을 통해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가격 경쟁도 가속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구글은 '재미나이'를 무료로 배포했으며, 오픈 AI는 오픈소스를 검토하거나 가격 인하 가능성을 내비췄다. 추후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 국내 IT 기업, 저비용으로 시장 선도 가능성 제기
국내 AI 산업은 기존 '머니게임'에서 밀리는 탓에 G2(미국·중국)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렴한 금액으로 높은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며, 국내 IT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상 교수는 "이번 딥시크 사태로 한국이 인공지능 기술의 게임 체인저로 전향하고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모티베이션을 줬다고 본다"라며 "AI 기술 격차가 자본의 문제가 아니고 기술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빠르게 일어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모델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IT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IT 기업들은 올해 다양한 AI 솔루션 출시를 예고하고 기술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본격적으로 B2B 시장에서 수익화를 꾀할 방침이다.
다만 증권가는 국내 IT 기업들이 자체 AI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고성능 AI 모델이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는 현 추세는 긍정적"이라며 "AI 모델의 자체 개발에 집중하기 보다 외부 모델 도입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도화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국내에서 자체 모델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추후 나올 경쟁사들의 모델과 수준을 맞춰가기 위한 추가 개발 비용 집행이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국내에서 획기적인 AI 모델이 나오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AI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벤처기업에 투자를 확대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같은 기술에만 집중하다가 글로벌에 내놓을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지 못했다"라며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종속되거나 기술을 빌려쓸 수밖에 없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음을 이번 딥시크의 사례가 여실히 입증했다"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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