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특정 중요 산업의 특정 연구·개발(R&D)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만 예외로 몰아서 일할 수 있게 왜 안 해주는가'라고 하니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경영계·노동계가 모인 토론회에서 반도체 분야 R&D 인력을 대상으로 주52시간 노동시간제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 도입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특히 노동시간 예외에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낸 노동계를 향해서도 "예외를 악용하는 경우는 제재를 세게 해야 한다"며 설득에 나서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반도체특별법 도입 관련 정책토론회(정책 디베이트)를 개최했다. 이 대표는 직접 좌장을 맡아 양측의 의견을 듣고 노동시간제 예외 등 반도체특별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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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2월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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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전 국민적인 국가적 지원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노동시간 예외 찬반 입장 중) 어떤 게 절대적 오류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영계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하고 노동계에서는 경영계가 (노동시간 예외에 관한) 노동자들의 동의를 강제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양측 간)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은 그럼 무엇이 있는지(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된 후 경영·노동계 양측은 R&D 인력에 대한 노동시간 예외를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경영계 측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연구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어느 순간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일을 하게 됐다"며 "연구자들한테는 시간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범 SK하이닉스 R&D 담당(부사장)은 "앞으로 회사 간 기술 수준 차이가 크지 않게 되면 다양한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능력이 경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원들의 귀중한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노동계 측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경영계에서) 주 52시간 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노동력 착취를 위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장시간 노동은 혁신을 가져오지 않고 오히려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영문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수석부지회장도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주52시간제 기준 유연근무제 도입 이후 전체 근로자들의 주 평균 근무 시간은 43시간이지만 많은 영업이익을 가져왔다"며 "지금까지 일하면서 경제 위기 등의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럴 때마다 외부에서는 일하는 노동자들 탓만 했던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양측의 의견을 듣고 때때로 이견을 좁히는 시도에도 나섰던 이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 대신 연봉 1억3000만원 이상 고소득 연구자에 대해 특정 시기에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양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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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안기현 반도체사업협회 전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2.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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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 기준으로 10만 달러 이상 되는 고도의 전문 연구자들에 대해서만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으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특정 시기에 (근로 시간을)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에 나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R&D 분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당에 협조를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발표하고 민주당이 공약으로 삼은 국가 총 지출의 5% 수준 R&D 예산 투입 약속도 지켜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4조 원 이상의 R&D 예산이 추가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과방위)에서 의결된 1조4000억원을 더한 5조원 이상의 R&D 예산을 AI(인공지능), 양자 반도체, 우주·항공 분야 등 초격차 기술에 투자해 대한민국 AI 과학기술 강국을 위한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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