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검사를 이어오던 금융감독원이 추가 부당대출 사실을 적발했다. 당초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는 350억원 내외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검사 과정에서 380억원을 추가 적발한 것이다. 이에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원으로 불어났다. 아울러 이 중 60%에 달하는 대출액이 현(現)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절반 가량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대출을 내어줄 때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자금용도·상환능력평가를 사실상 건너뛰면서 부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로 은행·지주별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산출할 예정인데,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의 인수승인 심사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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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검사를 이어오던 금융감독원이 추가 부당대출 사실을 적발했다. 당초 부당대출 규모는 350억원 내외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검사 과정에서 380억원을 추가 적발한 것이다. 이에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원으로 불어났다. 아울러 이 중 60%에 달하는 대출액이 현(現)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절반 가량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우리은행 제공 |
금감원은 4일 오전 본원 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지주·은행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 및 경영실태 등 정기검사를 이어왔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방침 △건전성·리스크관리 경시 △온정적 징계 등 느슨한 조직문화 등이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불건전 업무행태의 원인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감원은 일련의 금융권 사고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이례적으로 전날 사전브리핑까지 가졌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전날 "22년 우리은행 본점 대형 횡령 사고에 이어 23년 경남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대규모 횡령, 대구은행 증권 계좌 부당 개설 사고 등에 이어 2024년에도 여러 은행의 다수 영업점에서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잇따라 발견됐다"며 "최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도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지금도 금융회사를 가리지 않고 대형 금융 사고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사고 원인을 일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며 "24년 검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점을 금융권 전반에 서둘러 공유해 금융권 스스로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쇄신을 촉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브리핑 진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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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확인한 전·현 경영진 재임 당시의 부당대출 규모./자료=금융감독원 제공 |
회장 친인척 회사 대출평가 소홀, 대가로 재취업 보장
이번 정기검사 중간보고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우리은행이었다. 금감원은 3개 은행을 대상으로 총 3875억원(482건)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는데, A은행(우리은행) 2334억원(101건), B은행 892억원(291건), C은행 649억원(90건) 등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우리은행 2334억원 중 손 전 회장 관련 사고만 7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앞서 밝혀진 350억원보다 약 380억원 추가 적발된 규모다. 특히 730억원 중 약 61.8%(451억원)는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취급돼, 사실상 부당대출을 은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도수표를 기존 거래 중도금의 증빙자료로 인정했다. 또 계약서 등 고객 제출 서류 진위확인을 소홀히 하고, 자기자금 및 상환능력 심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금감원은 검사과정에서 우리은행 지역본부장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법인에 42억 7000만원(6건)의 대출을 내어준 정황도 포착했다. 해당 본부장은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 등을 소홀히 하며 은행 내규를 눈감았고, 은행 퇴직 후에는 해당 법인에 재취업까지 했다. 당시 자금을 내어준 지점의 지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에 못 이겨 이를 묵인·은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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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대표사례./자료=금융감독원 제공 |
문제는 이 같은 부당대출의 상당부분이 부실화됐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730억원 중 약 46.3%(338억원)가 연체문제로 부실화됐다고 밝혀냈다. 기존 적발된 350억원의 약 84.6%가 이미 부실화됐는데,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 규모의 대출도 향후 부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우리은행에서 이 같은 직급을 이용한 고위 임직원 부당대출 사고는 또 있었다.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은 단기성과 등을 위해 1604억원의 부당대출을 내어주면서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했다. 이 여파로 약 76.6%(1229억원)의 자금이 연체 문제로 부실화됐다. 아울러 대출자금의 약 61.5%(987억원)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타행에서도 영업점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됐는데, △허위 매매계약서 △대출승인을 위한 업종 변경 유도 △브로커·차주와의 공모를 통한 감정평가액 부풀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부당대출에 가담한 지점장·팀장은 대가로 금품수수 및 향응을 받았다.
고위험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 사례도 적발됐다. 우리은행의 한 계약직 파생상품 딜러(프런트)는 H지수 급락으로 파생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변동성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이 방법으로 손실 누적액 약 1000억원을 2년 이상 은폐했다. 리스크부서(미들)는 딜러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평가데이터를 적절한 검증조차 하지 않고 방치했다.
범죄 의식 무색한 솜방망이 징계, 이사회도 무용지물
온정적 문화 등 금융사고 대응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손 전 회장이 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귀책금액 10억~2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견책' 수준의 징계를 펼치고 있다. 반면 타행은 귀책금액 2억원 이상일 경우 '감봉 이상'의 징계를 설정해 징계 기준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징계예정자에게 제재 완료 전 포상·승진을 시행하면서 징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도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대표적으로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점인데,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 승인을 신청한 우리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M&A를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위원회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개최해 위원회의 심의내용을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주 자회사 편입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 이를 공식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과거 우리금융이 자회사를 인수할 때에는 인허가 실패 시 계약금을 '반환'받는 조건이었는데, 이번에는 이 같은 권한을 박탈하고 자금을 되돌려주지 않는 '몰취'를 택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당국이 우리금융의 M&A를 심사할 때 이번 정기검사 결과에 따른 경영실태평가와 제재를 별개로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을 위해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인수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인데, 최종적으로 금융위가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게 된다. 관련법상 금융위는 인수 승인 여부를 60일 이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 경우 인수 승인여부가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
이렇다보니 당국의 제재가 경영실태평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데, 금감원은 제재와 별도로 경영실태평가를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박 부원장보는 "저희가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 파트와 별도로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최대한 빨리 (마련)할 생각이다"며 "그 부분(경영실태평가)은 구분해서 먼저 처리하고 제재도 처리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처리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경영평가와 제재를 분리 처리한 사례가 많았던 데다, 50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경영실태평가와 제재를 연관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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