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지 않은 데다 연말‧연초 상여급을 받은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새해 들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춰왔던 은행권이 당국의 가산금리 인하 압박에 대출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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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6589억원으로, 지난해 말 734조1350억원보다 4762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3월(-2조2238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해 왔던 주담대 잔액은 579조9771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5137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03조6032억원에서 102조82억원으로 1조5950억원 줄어들며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이끌었다. 겨울철 이사수요가 적은 계절적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식은 데다, 연말 상여금 등으로 대출금 상환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해 들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춰왔던 은행권은 금리 인하기 당국의 가산금리 인하 압박에 못 이겨 대출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의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의 '이자장사'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금융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나 폭을 보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하거나 검토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과 점검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작년 말의 경우에는 가계대출 규제의 영향이 있던 것 같은데, 2025년이 시작됐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종전 2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신한은행이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p)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도 가산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주담대, 전세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각각 0.3%p, 0.2%p 내렸고,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p 인하했다. SC제일은행은 '퍼스트홈론'의 우대금리를 0.1%p 인상했다. 우대금리를 올리면 실제 대출금리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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