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흑묘백묘론'으로 대표되는 우(右)클릭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4일 방위산업(방산) 육성에 따른 전쟁억지력 강화를 내세우는 등 우클릭을 계속하며 조기 대선 모드 전환에 대비해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다. 휴전상태인 북한이 존재하고 있고, 주변국들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군사강국"이라며 "다변화하는 전장환경과 기술환경에 맞추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국방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방위산업은 가장 가시적인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전쟁억지력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세계 안보 수호 수단이자 우리의 국격"이라며 "민주당은 국익을 위해 'K-방산'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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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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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대표는 "계엄 이후에 망가진 경제를 살리고 회복하는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이유로 당 기본사회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기본소득 등이 핵심 골자인 기본사회 정책은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으로 불려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은 "기본사회라는 의제를 포기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이용우 민주당 의원) 등 기본사회 정책 후퇴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중도 확장을 이유로 기본사회 공약 후퇴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는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거기에 맞게 변화돼야 되는 것이 정책이지만 단순히 '기본사회'를 후순위로 미룬다고 중도 내 지지가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략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사회 정책을 약간 후순위로 한다면 '1순위가 뭐냐'에 대한 답을 줘야 되는데 그 부분이 없다"며 "결국 기본사회 정책이 중도층에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버린 꼴밖에 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본사회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사실상 '친명계' 핵심 싱크탱크로 알려진 사단법인 기본사회 역시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본사회는 지난달 31일 당초 계획된 정책연구단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했으나 기본사회 정책 후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사회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참석자들이 기본사회 정책 후퇴를 놓고 아쉬워 했지만 정무적인 흐름을 이해하려는 모습이었다"며 "우리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입법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주52시간 노동제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예외 조항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진보·보수를 망라한 당내외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실용주의 코스프레는 하고 싶고 민주노총 눈치는 봐야하니 두루뭉실 얘기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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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지난 2월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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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층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우클릭를 지적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성장'이란 아젠다를 강조한 이 대표를 겨냥한 듯 "불평등 극복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성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를 비판해 온 민주당과 이 대표가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노동시간 규제 완화까지 윤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정책 행보를 보이는 이 대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중도 확장을 위해 '우클릭' 행보를 이어왔다가 대선 이후 다시 '좌(左)클릭'을 시도한 경험을 비춰봤을 때 대선 종료 후 집권 여부를 떠나 다시 지지층을 향한 구애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외연 확장이 중요한 것이지 집토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선거가 끝나면 지난 대선 때처럼 다시 자신이 생각했던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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