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지난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국장에서 짐을 싸 미국 증시로 옮겨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줄고,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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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동학개미들이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싸 미국 증시로 옮겨 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NH·KB·신한·토스·카카오페이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증권사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개인 투자자가 매수·매도한 주식 합)는 6352억5400만주로 나타났다.
전년인 지난 2023년(7303억7900만주)보다 약 13%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직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며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2021년(1조2283억4200만주)과 비교하면 48.3%나 줄어든 규모다.
반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주 규모로 89.6% 뛰었고, 지난해에는 1564억1900만주로 39.1% 증가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펼쳤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러시가 가속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 성과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국내 주식에서 등을 돌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는 한 해 동안 9.43%, 코스닥지수는 23.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58%, 나스닥지수는 33.37%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0.37% 올랐고 중국상해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도 각각 14.26%, 17.82% 상승했다.
여기에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등 소액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기업 거버넌스 이슈가 이어진 영향도 있다. 거버넌스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윤리 경영 시스템, 투명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9개 증권사의 지난해 환전 수수료 수익은 2696억5900만원으로, 전년(1294억1600만원)보다 약 2배 나 급증했다.
해외주식 수탁수수료도 늘었다. 작년 1∼3분기 해외주식 수탁수수료 수익은 8109억원으로 전년 전체(6061억원) 대비 33.8%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8175억원으로 전년 전체(2조3853억원)의 76.2% 수준에 머물렀다.
김현정 의원은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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