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바로 읽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서는 "여야 합의가 있으면 임명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권한대행이 내란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국회 탄핵소추를 받은 한덕수 국무총리도 출석해 전·현직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최 권한대행은 계엄 직후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위한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내용으로 알려진 쪽지를 곧바로 보지 않았고 이후 기획재정부 1급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차관보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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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부터)이 출석한 가운데 최 대행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6./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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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이) '기재부장관'이라 불렀고 내 얼굴을 보더니 나한테 '참고하라'는 식으로 말해서 옆에 누군가 저한테 자료를 줬는데 접힌 상태의 쪽지 형태였다"며 "바로 내용을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것(문건)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4일 새벽 1시50분쯤 기재부 1급 회의가 끝날 때 차관보가 리마인드(상기) 시켜줬고, (문건) 내용 위에 보니깐 계엄과 관련된 문건으로 인지했다"며 "그래서 (차관보에게) '우리는 이것을 무시하기로 했으니 덮어놓고 무시하자' 하고 내용을 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계엄이라고 하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이었다"며 "당시 외환시장이 열려있었기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며 확인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45년 만에 한 비상계엄인데 대통령의 지시 문서를 안 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만약에 안 봤다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최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지난 3일 선고가 연기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결과를 존중하겠다며 "여야 합의가 확인되면 지금이라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마 후보자도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는데 여당 쪽에서 합의를 깨고 인사청문회 참여를 하지 않았다"(민홍철 민주당 의원), "내란특검법을 거부하고 또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민주당 소속 안규백 내란국조특위 위원장)이라며 최 권한대행을 질타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에서는 표결 시점에 인사청문회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후보"라며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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