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트럼프 정부가 캐나다에 추가 관세를 부과의지를 밝히면서 배터리 업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한 배터리 공급망과 경쟁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국내 3사도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를 예고하면서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둔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보안 문제를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가, 현재 양국으로부터 보완 조치를 약속받고 시행을 일단 30일 연기한 상태다. 관세는 3월 6일부로 부과되며 이 때까지 양국의 합의가 없다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제조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유예된 캐나다 관세…대응 방안 모색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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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기로 했던 25%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협상을 위해 한 달의 유예를 뒀다. 해당 정책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로 인해 캐나다에 투자하는 등 생산 기지가 있는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생산 비용이 상승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캐나다와 미국은 남은 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나 불발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리스크 상쇄를 위해 공급망 재편, 미국 추가 투자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배터리산업협회장,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응을 위한 논의를 했다.
우선 캐나다의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해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동남아 등의 생산 기지를 다양화해 특정 국가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국내 3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소형 전자기기용 배터리, 산업용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 제고도 이번 관세전쟁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만큼 차세대 배터리 R&D도 지속한다는 복안이다.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공급망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관세 상승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른 생산 비용 상승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체 공급망 모색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커졌다.
정부도 배터리 산업을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급을 조성하고 대응에 일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 부과가 실시되면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셀을 유럽 등 미국 외 국가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응책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배터리산업협회와 국내 3사 공통 메시지 리플렛을 마련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한 7개주 주정부·의회·카운티를 대상으로 아웃리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 내 싱크탱크를 활용해 한미 배터리 협력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정부는 향후 행정부·의회에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전문가를 섭외해 한미 배터리 동맹 필요성 등을 담은 분석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인터배터리와 현지 포럼에 초빙해 빅마우스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안될 수 있을까"…유럽으로 눈 돌리는 배터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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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배터리업계는 이번 캐나다 관세에 따른 생산기지 다변화 대응 중 하나로 유럽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유럽에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점, 우호적인 정책환경, 비교적 낮은 관세 등이 꼽히기 때문이다.
우선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을 유럽 공장에 수출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당장의 관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캐나다와 유럽연합(EU) 사이의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은 대부분의 상품에 관해 관세를 철폐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은 유럽 시장에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유럽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이유다.
황용식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에서 판로 다양화가 중요하다"며 "리스크가 그만큼 분산되기 때문이고 이번 무역갈등으로 인해 우리 업체들이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다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최종적으로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하고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트럼프가 그리는 그림"이라며 "향후 관세 전쟁에서는 장기적으로 이런 점과 품질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세에 캐즘 장기화 조짐까지…불확실 요소 업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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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배터리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트럼프발 관세 전쟁까지 더해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환경차 정책을 폐기하고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보조금 폐지할 가능성을 비추는 등 여파가 거세기 때문이다.
전방사업인 전기차 산업이 주춤하면서 배터리업계의 수익성에도 지장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 내 생산을 의무화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업체들의 추가 비용이 커지는 등 캐즘이 장기화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계획을 수정시키고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국내 3사는 연간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혹은 적자폭을 키우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배터리업계에서는 반등 시점을 2026년으로 전망하면서 효율적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는 동안 R&D를 강화하고 기술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미 큰 흐름으로 성장 모멘텀이 형성돼 있지만 정책변화와 수요감소 등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과제로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를 구매하면 제공하던 7500달러의 보조금을 페지할 경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어져 배터리 업체에 영향을 주게된다. 배터리 업체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이유도 이에 비롯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 변화를 기회론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10%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등 견제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배터리 기업 대신 국내 배터리 업계가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진행해왔던 북미 투자에 박차를 가해 북미 내 영향력 격차를 늘리고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생산시설 80% 가량이 공화당 지지 지역하고 러스트 벨트에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주정부는 연방 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독자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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