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정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세 부과에 대해 유예 결정을 내린 만큼 실제 부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고, 무역전쟁과 환율 등 변수도 남아있어 신중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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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현재 한 달 간 유예한 상태다. 지난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보편관세 25%, 예외적으로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에는 10%의 관세가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협의를 거쳐 현재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예 상태로 협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관세 부과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도 대화를 통해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늦출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으나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곧바로 관세 부과를 단행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모두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으로 수출할 원유가 국내로도 유입될 수 있다. 특히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 수입 원유의 약 6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국내 정유업체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실제로 두바이유는 6일 기준 배럴당 77.04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70.9달러인 반면 캐나다산 원유는 배럴당 58.68달러를 보였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가 들어오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캐나다산 원유와 두바이유가 품질이 유사하다는 점도 국내 정유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내 정유업체들도 캐나다산 원유 도입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6일 실적발표를 통해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수 있고 멕시코도 마찬가지”라며 “아시아 공급 증가로 연결되면 싼 원유를 구매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산 원유 프리미엄 변동에 따라 경제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상황이 닿는 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오일뱅크 측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 부과가 국내 정유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어 "미국에 공급되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빈번하게 변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와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된다면 보편관세에 대해서도 철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보편관세에 대해 반발 움직임이 나온다는 점도 변수다.
이외에도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물동량이 줄면서 석유제품 수요 감소할 수 있고, 높은 환율로 인해 전량 수입하는 원유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은 물론 환율, 유가 등 변수가 많은 만큼 다양하게 대응책을 마련해 접근해야 한다”며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지켜보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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