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하자마자 릭 그레넬 북한담당특사가 임명되면서 북한에 대한 대화와 관여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레넬은 지난 2024년 한 인터뷰에서 “미친 사람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므로 트럼프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미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미국의 적극적인 북핵 관여 정책을 시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면 북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지, ‘북한의 핵동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의 핵군축’을 추진할지 북핵 문제 해법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 취재진과 만나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능력국)으로 지칭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북한 ‘해변의 엄청난 콘도 부지’ 등 관광자원을 거론한 일이 있었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대북제재 완화까지 시사한 것이어서 새로운 미 행정부가 핵군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반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의 전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으로 일관한 것과 달리 트럼프 2기에서 대북 접근법이 바뀐다면 북미관계가 변화할 수 있고,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한국의 외교정책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 행정부의 북핵 문제 해법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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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VTV |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까지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언급한 일이 있지만, 백악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때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국내 한 언론의 질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취재진 앞에서 "‘최종적인 북한 비핵화 달성’이 미일의 공통 인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나온 일련의 발언들을 볼 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아서 현실성 있는 단계적 접근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북한 핵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핵군축 협상과 같은 ‘스몰딜’도 채택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나오고, 또 이에 따라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대북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는 우선 북한에 대해 (1기 때 약속한 대로) 핵실험의 중단 지속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을 실현시켜 그 성과를 시작으로 핵개발 동결, 핵능력 감축 순으로 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결정권자들의 과거 발언을 분석해볼 때 “미 행정부는 강경·압박 정책과 함께 대화·관여 정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정은정권을 상대로 한 대화와 관여 정책이 북한의 위협을 관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트럼프 2기 초반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겠지만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대화가 북한군 파병을 철회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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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안내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4.6.1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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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핵 문제에 앞서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문제를 먼저 의제화할 수 있다. 북한군 철수 및 러-우 전쟁의 조기 종전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자 할 수 있다”며 “북한군 철수가 북미 대화의 첫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정부소식통도 “북미대화가 러-우 전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 푸틴이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북한군 다수가 전쟁에서 죽고 다친 상황에서 반대급부가 예상되지만 러시아가 핵·미사일 기술을 줄 리가 만무하고, 북미대화 중재로 대북제재 완화를 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의 전향적 대북 접근 가능성을 한국은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되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대화와 협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기 연구위원은 “러-우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철수가 북미대화의 첫 의제가 되고, 그 대화가 양자간 군비통제 협상을 견인,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은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제재 압박에 의존하거나 ‘빅딜’과 같은 목표 설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으로 지금과 같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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