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철강업계 내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연간 250만 톤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던 국내 철강제품들의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국내 철강으로 생산을 해왔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원자재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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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하기로 결정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국내 철강업계도 예외 없다…무관세에서 25% 관세 적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이 많지 않다. 하지만 캐나다나 멕시코를 통해 저가 중국산이 유입되고 있다. 또 베트남에서도 중국산 반제품을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대해 예외나 면제는 없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수출에 영향을 받게 됐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에 쿼터로 수출 물량이 제한됐으나 무관세로 수출해왔다.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모든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정부는 협상을 통해 무관세로 수출하는 대신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국내 철강업체들 역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쿼터 물량 제한은 사라지면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철강업계는 관세 부과 조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국내 철강업체들에게는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수출은 276만6000톤으로 일본(364만7000톤), 인도(305만2000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높았다. 쿼터로 인해 수출 물량이 제한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판매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에만 수출을 집중하기도 어려워 수익성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한된 수출 물량 안에서도 수익성 위주로 수출을 해오면서 미국은 영업이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관세가 부과될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출이 어려울 수 있어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철강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서면서 지난 2019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미국에 전기로를 짓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남부 지역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연간 수백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 역시 미국 투자를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 측은 미국은 투자비도 높고 변동성도 커 신중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철강 쓰는 자동차업계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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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엘라배마 생산 판매 현장./사진=현대자동차 |
이번 철강 관세 부과 결정은 자동차업계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상승은 물론 수익성 악화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포스코와 같은 국내 철강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을 미국 공장으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따라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익성 악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글로벌 조사기관 S&P글로벌 분석에 따르면 20%에 관세 부과시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약 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의 전략 수정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당장 현대제철이 미국 조지아와 앨라바마에 공장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국내에서 들여온 자재를 공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 내 철강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강판을 다른 곳에서 구매한다고 해도 비용과 품질 측면에서 안정적이지 않아 뚜렷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원자재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생산량을 지속 확대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앨라바마와 조지아에 각각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생산규모는 △앨라바마 36만 대 △조지아 35만 대 등이다.
우선 가동을 앞두고 있는 조지아 HMGMA(전기차 공장) 계획은 지속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50만 대에 달하며 생산량을 늘려 상황을 타개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외에도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체들에게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한국GM의 경우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수출이 전체 판매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한국GM의 내수와 수출을 합한 전체 판매량 49만9559대 중 수출 비중은 95.03%(47만4735대)에 달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관세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미국에 있는 철강 메이커를 통해서도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확실한 솔루션이 없는 가운데 생산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럼에도 HMGMA 조지아 공장 건설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생산 물량을 늘리더라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가 국내에서 수입해 들어가는 상황에 대한 대비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철강 외에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해 추가적인 불확실성에 대해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준모, 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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