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미수교국인 시리아와 수교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대표단이 시리아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샤이바니(Assad al-Shaibani)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 등 시리아측 인사들을 면담한 결과 시리아측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정부도 본격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쿠바와 수교를 맺은 바 있으며, 앞으로 시리아와 수교를 맺게 되면 남북한을 제외한 191개 유엔 회원국과 수교를 완결하게 되는 것이다. 교황청, 쿡 제도, 니우에 등 3개 유엔 비회원을 포함하면 시리아는 194번째 수교국이 된다.
시리아는 2011년 리비아, 이집트 등 아랍의 독재정권이 연쇄적으로 축출되는 이른바 ‘아랍의 봄’의 여파로 지난 10여년간 내전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8일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했고,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현재 HTS의 지도자인 아흐메드 알 샤라 장군이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 직을 맡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한때 북한과 혈맹을 맺을 정도로 친북 정권이었다. 하지만 시리아엔 현재 다른 성향의 과도정부가 수립된 상태이다.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정상국가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세계의 주요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유엔도 시리아를 찾고 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와 수교를 체결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수교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정부대표단은 이번에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 축출 이후 국제사회의 동향 및 시리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리아의 과도 정부 수립에 대한 우리정부의 환영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맺지 않은 나라 가운데 그래도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큰 나라는 우리가 유일했다”면서 “정부대표단이 갔을 때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거점이랄 수 있는 한 호텔 로비는 마치 유엔 건물 로비 같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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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5~7일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샤이바니(Assad al-Shaibani)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2025.2.11./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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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부대표단에 알-샤이바니 장관은 “시리아의 재건사업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주길 바란다”면서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측과는 관계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알-샤이바니 장관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시리아 방문을 초청했으며,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 드러냈다고 한다.
아사드 정권은 1966년 북한과 공식 수교했으며, 1967년 중동전쟁 당시 북한 참전의 도움을 받았고 이후에도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및 핵개발 지원을 받았다. 시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은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 축출 직후 러시아 특별기 등을 통해 시리아에서 전원 탈출해 현재 체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이끄는 정부대표단을 5~7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파견한 바 있으며, 대표단은 알-샤이바니 외교장관 등 시리아측 인사들을 면담했다.
정부대표단이 시리아를 공식 방문한 것은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대표단은 시리아와 인접한 레바논에 도착해 육로로 시리아에 입국했다.
김 국장은 시리아측에 우리정부가 자유와 번영을 위한 시리아 국민들의 노력을 항상 지지해 왔다고 강조하고, 과도정부가 공약한 평화적이고 포용적인 정치 절차에 따라 새로운 시리아를 건설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하고, 쌀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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