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민간항공안전에 심대한 위협인 GPS 교란부터 중단하라”
남북 가입한 ‘이카오’ 규정·관례상 체약국이 제기한 문제 일단 논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를 유엔(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이카오)에 의제로 상정,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시카고 협약’(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민간항공기구에 한국과 북한 모두 회원국으로 가입돼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명확한 근거없이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북한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카오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 “나아가 북한은 국제규범을 위반한 채 우리와 국제사회에 민간항공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자행하는 GPS 교란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이 28일 남한에서 보낸 문인기가 백령도에서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는 비행기록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발견한 무인기의 잔해를 통해 이같은 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2024.10.28./사진=뉴스1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에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한국을 상대로 한 진상조사 실시를 요청했다. 시카고 협약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과 관련한 일반적 규정을 담고 있는데, 제8조에 ‘조종자 없이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는 체약국(조약을 맺은 나라)의 특별한 허가없이 또 그 허가조건을 따르지 않고는 체약국의 영역을 비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유엔 기구로 가져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하려고 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계엄 이후 여러 관계자들을 통해 북한이 평양 상공을 침투했다고 주장한 무인기가 남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와 있다.  

   
▲ 북한이 28일 남한에서 보낸 문인기가 백령도에서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는 비행기록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발견한 무인기의 잔해를 통해 이같은 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2024.10.28./사진=뉴스1

북한은 앞서 한국이 지난해 10월 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에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보내고,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를 살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 및 관례상 이사회는 체약국이 제기한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논의야 한다. 따라서 북한이 제기한 요청에 대해서도 이카오의 진상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2년 북한이 남한에 무인기를 보냈을 당시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국제법적·외교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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