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추징금 환수 위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각하
노태우 불법 비자금도 환수해야 하는 만큼 법 개정 주장 나와
현재 법안 발의된 상태…“22대 국회에서는 종결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 내에서 노태우 불법 비자금 환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법 비자금이 개인 자산으로 활용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최근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지 못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두환 추징금 환수 무산…노태우 비자금은?

12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 제12부는 검찰이 전두환 부인 이순자씨, 장남 전재국씨, 비서관이었던 이택수씨 등을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재판에서 소송을 각하했다. 법원은 전두환이 사망했기 때문에 원고인 대한민국의 채권이 말소됐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 따른 각종 사건의 채무는 원칙적으로 상속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전씨의 사망에 따라 추징은 소멸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전두환의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김영삼 정권 당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의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도 867억 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이순자씨 명의로 된 연희동 자택 본채와 이택수씨 명의의 정원 소유권을 전두환 앞으로 돌려 추징하기 위한 소송이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납부 의무자 명의 재산이 추징 대상이라 당사자가 사망하면 추징 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에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전두환의 불법 재산을 인정해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재계 내 중론이다.

노태우 불법 비자금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노태우 불법 비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에서 드러났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 1심에서 재산분할 660억 원에 위자료 1억 원의 판결이 나오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2심에서 증거로 제시했다.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 원 등 총 904억 원의 불법 비자금이 적혀 있었다. 2심 재판부는 이 비자금으로 인해 노 관장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고 최 회장에서 재산분할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은 이 메모를 통해 2심에서 만족할 만한 판결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불법 비자금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재계는 물론 시민단체 등 여론은 불법 비자금에 대해 분노했으며,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0여 년 동안 불법 비자금을 통해 노태우 일가는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는 점에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추징금을 완납했다고 하지만 숨겨진 불법 비자금이 있었다면 이 역시 환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야 합심해 법안 발의…“20·21대 국회 전철 밟지 말아야”

이처럼 노태우 불법 비자금 역시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이미 사망한 상태라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추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법 개정이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 불법 비자금이 개인 자산으로 활용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노 관장으로부터 드러난 불법 비자금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야가 합심해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6월에는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또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달 ‘형법 일부개정 법률안’에서 독립몰수제 도입 내용을 담았다. 

이들 법안 모두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고 범죄수익을 몰수, 추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두환의 남아있는 추징금은 물론 노태우 불법 비자금까지 환수가 가능해진다.

이 법안들은 현재 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데 조속하게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군부 부정축재 환수특별법이 발의됐으나 회기 종결로 자동 폐기된 바 있으며, 21대 국회에서도 ‘전두환 추징 3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회기 종결로 폐기됐다. 이에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5·18 기념재단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전두환·노태우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철저히 수사하여 불법 자금 흐름을 낱낱이 밝히고, 필요한 관련 법안도 속히 개정해 범죄수익이 가족과 후손에게 대물림되는 일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전두환과 노태우 일가의 불법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국민에게 환원하기 위한 모든 법적·사회적 행동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이 걸려있는 만큼 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만큼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20·21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