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하고 말을 전했다는 의혹을 받은 방송인 장성규가 "선배로서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고자 했다"며 반박했다.
장성규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생전 고인과 주고 받은 SNS 댓글과 메시지(DM)를 공개하고 "유족들께서 제가 2차 가해를 당하는 상황에 적극 해명하라는 권유를 주셔서 조심스레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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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장성규는 고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방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사진은 고 오요안나, 장성규, 김가영.(왼쪽부터 순서대로). /사진=각 SNS, 더팩트 |
장성규는 "제가 고인을 처음 만난 것은 2022년경 라디오 방송을 마친 후 운동을 하러 갔을 때였다. 고인은 제게 김가영 캐스터의 후배라고 인사했고, 김 캐스터가 자신을 아껴주고 챙겨준다며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고 적었다.
그는 "저는 다음날 김가영 캐스터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 역시 고인을 아끼는 후배라고 말해 두 사람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고인이 상담을 요청해 왔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유퀴즈 관련 고민을 듣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는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주변의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어려움일 가능성이 크니 괘념치 말고 이겨내자'며 고인을 격려했다"며 "그러나 고인은 이후에도 한 번 더 고민을 이야기했고, 저는 제 위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고인을 예뻐하고 고인과 친하다고 생각했던 김가영 캐스터에게 고인을 함께 돕자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장성규는 "그러나 김가영 캐스터는 내부적으로 업무상의 사정이 있어서 쉽지 않다고 했다"며 "저는 그제야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고, 이후 그들 사이에서 어떤 말도 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인과 나눈 대화들을 언급하며 "모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된 것과 같은, ‘오빠 걔 거짓말하는 애야’라는 표현을 들은 적도, ‘안나야 너 거짓말하고 다니는 애라며, 김가영이 그러던데?’라고 옮긴 적도 일절 없다. 고인과 그런 비슷한 대화 자체를 나눈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힘든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씩씩하게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직장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당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나 후회가 되고, 고인과 유족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장성규는 "시간이 흘러 저는 2023년 4월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2024년 5월, 제가 출장으로 광주에 간다는 소식에 처음 두 사진처럼 고인은 SNS를 통해 맛집을 추천해 주었고, 서로 디엠으로 안부를 주고받은 것이 마지막 소통이었다"며 "만약 고인이 저를 가해자나 방관자로 여기거나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면 반갑게 안부를 물었을까"라고 했다.
그는 "고인의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주변에 연락을 최소화해서 치렀다고 최근에 들었고, 저는 당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작년 말 뉴스로 소식을 접했다. 고인의 씩씩했던 모습을 기억하기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그리고 제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족께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장성규는 "이와는 별개로 저와 제 가족에게 선을 넘은 분들께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고 오요안나는 지난 해 9월 2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뒤늦게 고인이 생전 사용하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직장 내 괴롭힘 정황과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장성규는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말을 전하는 등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장성규가 가해자로 지목된 김가영 기상캐스터와 고인 사이에서 부적절한 말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장성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일부 누리꾼들은 장성규와 그의 가족들을 향한 악성 댓글을 남겼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팀을 구성해 MBC 본사에 대한 감독에 착수했다. 고 오요안나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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