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상반기부터 지정기부금단체·대학 등 비영리법인, 가상자산거래소 등의 가상자산 매도 거래가 허용된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전문투자자인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에 매매를 시범 허용하는 등 법인의 시장 참여가 확대될 전망이다.

단, 금융사의 시장 참여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금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주재하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에 대한 정부의 검토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법인 위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조성된 해외사례,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신사업 수요 증가, 글로벌 규율 정합성 제고 등 측면에서 법인의 시장참여 허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오랜 금지 관행이 이어진 만큼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단계적·점진적 허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자금세탁 및 시장 과열 우려' 때문에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은행들도 현재까지 관행적으로 법인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고, 국내 기업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작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기반도 마련됐다.

이에 가상자산위원회는 제1차 회의 이후 총 12차례 분과위원회 및 실무 TF 등을 통해 올해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영리법인 중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등은 2분기부터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학들은 가상 자산을 기부 받아서 보유하는 실정이다.

이미 범죄수익 몰수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검찰, 국세청, 관세청 등 법 집행 기관은 작년 11월부터 계좌 발급이 진행 중으로 지난달까지 약 202개의 계좌가 발급됐다. 대부분의 비영리법인은 가상자산 수령 및 현금화 기준과 절차 등이 미비한 만큼 금융위는 관계기관 TF 등을 통해 최소한의 내부통제기준 마련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함께 전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에는 유동성·현금화 가능성을 고려해 가상자산 종류를 제한하거나 이전받은 가상자산의 현금화 시기 및 매각방법 등을 사전 설정하는 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에도 사업자 공동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인건비, 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가이드라인에는 가상자산 종류 제한, 매도물량 및 자기 거래소 매매 제한, 이용자 사전 공시, 감독당국 보고 등이 포함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개에 대해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가 시범 허용된다. 전문투자자는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하고, 해당 법인들은 블록체인 연관 사업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범 허용 범위를 선정했다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한편 금융위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에 대한 보완조치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은행의 거래 목적 및 자금 원천 확인 강화, 제3의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투자자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최종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가 세부심사를 거쳐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단, 금융사의 경우 앞선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위험의 금융시스템 전이 우려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향후 글로벌 건전성 규제 정비 등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직접 매매를 허용하는 대신 토큰증권(STO) 입법을 통한 토큰 증권 발행 지원 등 방안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자연스럽게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도입은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현물 ETF를 도입하기 전에 논의할 부분이 많다"며 "아마 2단계 법안이 어느 정도 논의되면서 그 이후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법인의 경우에도 시범 허용 경과 등을 살펴 2단계 입법과 외환·세제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중장기적으로 논의하기로 논의했다.

한편 가상자산위원회는 신규 상장(거래지원) 이후 가격 급변동(상장빔) 현상, 무분별한 상장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거래지원시 최소한의 유통량을 확보하고,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기준을 강화하며, 심의과정 문서화 등 거래지원 심의절차를 내실화하는 방안 등이다.

마지막으로 위원회는 토큰증권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하기 위해 관련 국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의 의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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