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민주당,더 크고 넓은 길 가야…'헌정수호 대연대' 구성하자"
金 "팬덤 정치 패해 극복해야"…'우클릭' 놓고 "토론·숙의 거쳐야"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비명(비이재명)계 경쟁 후보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와 회동했다.

여기서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에게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개헌론에 화답하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은 민주당이 통 큰 통합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김 전 지사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국회 본청에서 약 1시간 정도 회동을 진행했다.

이 대표 측 김태선 당대표수행실장과 김 전 지사 측 김명섭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비공개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월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2.13./사진=연합뉴스

김 수행실장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대통령의 불법 계엄 방지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실행한 후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이른바 '2단계 개헌'을 추진하자고 이 대표에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김 전 지사의 의견을 듣고 난 후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답했다고 김 수행실장은 전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당원주권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이 대표도 이에 "깊이 공감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표와 김 전 지사는 언론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모두 통합을 강조했지만 당내 현안을 놓고 이견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원들과 함께 고생하다가 다시 당으로 돌아온 김 전 지사의 복당을 환영한다"며 "민주당이 더 크고 더 넓은 길을 가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을 위해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정수호 대연대'라고 하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우뚝 서는 그 길에 김 전 지사가 함께 손잡고 같이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세력과도 손을 잡고 첫 번째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신 바 있다"며 "힘을 합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아울러서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고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김 전 지사는 '이재명 일극체제'로 불리는 당내 팬덤 문화에 대해 작심 비판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이 더 다양해져야 된다"며 "팬덤 정치의 패해도 극복해야 한다. 팬덤이 문제가 아니라 당의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3일 국회에서 만나 회동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2.13./사진=연합뉴스

이어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또는 노선과 관련된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노동시간제 예외 등 이른바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두 사람이 이견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회동 분위기 자체는 밝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회동 분위기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김 전 지사하고 나는 가까운 관계"라며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 대표 측 김태선 수행실장은 앞으로 이 대표가 김 전 지사를 추가로 만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13일) 1시간이나 허심탄회하게 만났다"면서도 "추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 김 대변인도 "민주주의 승리를 위해 민주주의 연대의 폭을 넓혀서 향후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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