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관세 장벽도 고려"…FTA 체결 한국도 사정권
완성차·부품사 타격 전망… 미국 의존 탈피·신시장 개척 절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 전선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계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무역 및 관세에 관한 각서'에 서명하고 관련 실행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는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다만 상호관세는 즉각 시행하지 않고,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4월 1일까지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검토한 뒤 각국 별로 맞춤형 상호관세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상호 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발표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다시 꺼내 들며 자국 산업 보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은 미국 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미국은 유럽 자동차에 2.5%의 관세만 부과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적하기도 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한국 자동차업계 '초긴장'…"수익성 타격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적용 범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달 4일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내달 12일부터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도 적용될 예정이다.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일단 한 달간 유예했지만 시행되면 자동차 역시 관세 적용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자동차에 대한 관세 적용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까지 두루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미국과 FTA이 체결된 한국 역시 관세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업계의 수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자동차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342억 달러를 기록, 전체 대미 수출의 26.8%를 차지했다. 

미국 CNBC방송의 글로벌데이터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국가별 수입 비중을 보면 멕시코(16.2%)가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8.6%), 일본(8.2%)·캐나다(7.2%)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비중은 53.4%였다.

특히 한국산 비중은 2019년 5%(약 84만5000대)에서 지난해 8.6%(약 137만 대)로 늘어났다. 제조사별로는 현대차가 2019년 34만4000여 대에서 지난해 62만90000여 대로 크게 늘었고, GM은 17만3000여 대에서 40만7000여 대로, 기아는 24만4000여 대에서 33만5000여 대로 증가했다.

◆ 적용시 현대차·기아 영업익 급감 우려…부품업체도 생존 위협

   
▲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와 기아의 수출 물량도 상당하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수출 대수는 각각 64만 대, 37만 대로 이 중 미국으로의 수출은 45%에 육박한다. KB증권에 따르면 10% 관세 적용 시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연간 1조9000억 원, 2조4000억 원 감소한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관세 20% 적용 시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업계에서는 상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10~25% 수준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환율 변동성과 전기차 전환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 관세까지 더해지면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사들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산 부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가 미국 수출 물량을 줄이게 되면 부품 공급량도 덩달아 감소해 협력사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는 수출로 먹고사는 산업이고, 대미 수출의 비중이 특히 큰 상황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상승, 경쟁력 하락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트럼프 1기 때처럼 예고했던 것보다 관세 부과율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업계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적극적으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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