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플랫폼 '희망과 대안 포럼', 18일 출범식
김두관 "특정 후보 추대 형태 경선, 절대 안 돼"
김동연, '텃밭' 광주 찾아 '노무현 기적' 언급
깅경수 "극단·배제 논리, 반드시 극복돼야"
이재명 "'헌정수호 대연대' 통해 어려움 극복"
통상 대선보다 짧은 경선 기간…'지지층 통합' 관건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조기 대선을 앞둔 국면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희망과 대안 포럼'을 통해 사실상의 '연대' 움직임에 나선다.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가 향후 비명계 연대에 맞서서 얼마만큼의 포용력을 발휘할지를 놓고서도 관심이 집중된 모습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인사들의 플랫폼인 '희망과 대안 포럼'은 오는 18일 경기 광명시에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출범식에는 비명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 박용진 전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도 포럼의 상임 공동대표로 합류한다.

포럼 창설을 주도했고 비명계 22대 총선 낙천·낙선자 중심 모임인 '초일회' 간사이기도 한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이 통합과 포용력을 갖춘 유능한 민주 정당으로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유력 대선 주자들의 독자 행보도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넥스트코리아 포럼' 출범식을 개최했다. 포럼의 이사장을 맡은 김 전 의원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모양의 경선은 절대 안된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어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확실한 정권 교체를 위해선 내란 동조 세력을 제외한 범민주진영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정권 교체를 위한 '민주 대연정'을 제안했다.

또 다른 유력 대선 주자인 김동연 지사는 지난 13~14일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했다. 김 지사는 전날 광주 '무등산 노무현길'에서 경기도청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믿을 수 있는 정치인,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광주 지역 경선을 시작으로 이른바 '노무현 돌풍'을 만들어내며 본선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앞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13일 이재명 대표와 국회에서 만나 '팬덤 정치'를 극복해 당이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과 배제의 논리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며 "당의 닫힌 시스템과 구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는 개헌 문제를 꺼내들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 중 "대통령의 불법 계엄 방지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실행한 후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이른바 '2단계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내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이 대표도 통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김 전 지사와의 회동에서 "내란 극복을 위해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정수호 대연대'라고 하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우뚝 서는 그 길에 김 전 지사가 함께 손잡고 같이 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포용' 움직임에 일부 비명계 인사 역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해 "당에서 통합과 다양한 목소리의 의견분출에 대해 가장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최고위원 재임 당시)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를 지칭하는 )'수박'이라는 멸칭을 쓰면 안 된다' 등의 이야기를 강하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 사진 왼쪽부터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사진=미디어펜DB

그러면서도 고 의원은 "물꼬가 더 넓은 바다로 가려면 더 넓게 트여야 한다"며 이 대표가 현 수준보다 광범위한 '포용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당 내부에서는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통상적인 대선과는 달리 경선 과정이 짧게 진행되는 만큼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 지지층과 '비명'계 지지층 간 통합이 정권 탈환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진흙탕' 같은 경선은 피해야한다는 것이 당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며 "'이재명은 안 된다'는 태도를 가진 당원 또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려 지지층 통합 정도가 현 시점에서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현 경일대학교 특임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 과정에서 보면 당내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은 이 대표 입장에서도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통합론'을 강조하는 것은 당내 결속력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향후 본선 국면에서 비명계 인사들을 명예직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우고 실권을 가진 직책은 친명계 인사로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