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성능 뛰어나고 정치적 리스크 적은 韓 무기 저변 확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남중국해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대신 한국산 무기를 찾고 있어 한국 방위산업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한국 공군 F-15K와 필리핀 공군 FA-50PH가 24년 8월 31일 호주 다윈기지 상공에서 우정비행을 하고 있다./사진=KAI 제공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동남아시아가 새 무기 공급자를 찾으면서 중국의 손실이 한국의 이익이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SCMP는 “중국이 동남아에서 주요 무기 공급국이지만 지정학적 갈등으로 이 지역 국가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정치적 위험부담이 적은 한국산 무기가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과 자주 충돌해온 필리핀이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무기 수출시장으로 꼽히는 가운데 태국처럼 중국과 영유권 문제로 얽히지 않은 국가나 소련 무기를 사용해온 베트남도 한국 방산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필리핀은 지난 2014년 도입해 운용 중인 한국산 전투기 FA-50을 12대 추가 구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2028년까지 원해경비함(OPV) 6척 등 12척 이상의 한국산 함정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도 약 20문의 한국산 K9 자주포 도입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베트남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공산주의 국가에 처음으로 무기를 수출하게 된다. 

태국의 경우 동남아에서 중국산 무기의 최대 고객이었으나 중국산 잠수함 도입 실패 이후 중국산 무기를 더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방과 긴장 관계’라는 정치적 공통점과 경제적 유대감, 중국산 무기와 호환되는 소련 무기 사용 경험 등을 토대로 동남아 국가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이런 동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또 남중국해 분쟁으로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지고 서방 표준 무기 체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이 지역에서 한국산 무기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남아 국가 입장에서는 한국산 무기는 미국 등 서방 무기 대비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확실한 품질까지 갖췄다. 

한국이 동남아의 지정학적 이슈와 거의 무관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지정학적 긴장을 높일 수 있지만 한국산 무기는 그러한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 선임연구원은 한국 무기는 동남아 국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 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정치적 신뢰”라고 진단했다. 

코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아무도 한국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한국 문화에는 상당한 포용성이 있다. 그러한 소프트파워는 한국이 동남아에서 정치적·경제적 합의는 물론 군사적 합의를 추진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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