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위해 금리인하, 외환시장 개입, 투자자금 수수료 거론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펼쳐 세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달러가치 고평가, 즉 '강(强) 달러'에 정부와 공화당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인데, 민주당도 동조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미 정부의 약달러 정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포커스 '트럼프 1기 행정부 환율 정책의 회고와 시사점'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달러 가치를 조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의회조사국은 그 방안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외환안정기금·연준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 △외국인 투자자금 수수료 부과 등을 제시한 바 있다.

   
▲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펼쳐 세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시 의회조사국은 방안별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세밀히 분석했다. 우선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미국 자산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도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와 상충될 경우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이슈가 대두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19년 6월께부터 트럼프는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도록 공개적인 압력을 펼친 바 있는데, 최근 취임 이후에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더욱이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준 이사가 지난 1월 초 감독 부의장직을 사퇴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우려는 크게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 국채 등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된 바 있다. 수수료 부과로 투자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시장 접근 수수료 부과에 대해 지난 2019년 공화당·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중앙은행 등이 외환시장을 개입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외환안정기금(ESF)이 보유한 달러화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타국 통화를 매입해 달러 가치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ESF의 규모가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현저히 작아 개입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의회조사국의 분석이다. 아울러 연준이 대규모로 외화를 매입할 수도 있는데, 시장개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와 상충될 경우 '독립성 침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송민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 달러화 약세 유도 정책은 광범위한 지지를 기반으로 추진력을 확보할 개연성이 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현저히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 선임연구위원은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진영에서도 미 달러화 가치 고평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위적인 약달러 유도 정책은 예상보다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개연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위적인 약달러 유도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 수반되는 정책 불확실성이 외환시장 변동성을 현저하게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근 3개월(2024년 12월~2025년 2월)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다 조금씩 안정세를 찾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6.50원에 그쳤다. 하지만 비상계엄 쇼크로 연중 최고치인 1477.00원(12월 31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새해에 접어들면서 환율은 점진적 안정세를 보였는데, 1월 21일 한때 1436.50원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지난 일주일 간 환율은 1440~1450원대에 형성됐다. 

이날 오전 9시 5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1443.5원) 대비 약 2.1원 내린 1441.4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