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李 '우클릭' 일제히 비판…"가치·철학 정체성, 유지해야"
민주당, '반도체 R&D 인력 52시간제 예외' 철회한 반도체법 강행
李 "민주, 언제나 성장 추구"…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 잇달아 출연
李-김부겸, 배석자없이 24일 만찬 회동…李-김경수 회동에 이은 것
[미디어펜=진현우 기자]비명(비이재명)계와 여당에서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 비판을 이어가면서 중도 확장을 위해 추진했던 일부 방안의 수정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7일 "경제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정당이 어디 있겠는가"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친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에 잇달아 출연하고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만찬 회동에 나서는 등 당내 지지층 결집 및 통합 행보를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이 대표와 1대1 회동을 가졌던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는 전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당의 운영이나 정책에 대해서 당원들이 충분히 토론하고 숙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며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당내 상의 없는 일방적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또 다른 비명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에 대해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의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역시 지난 1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당의 정체성, 당의 본질을 규정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7./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야권 지지층 내부에서는 주52시간 노동시간제에 고연봉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예외로 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 각종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수차례 정책연대를 했었던 한국노총 역시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라며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할 것을 촉구한다"고 이 대표에 경고했다.

당내 지지층이 '우클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는 상황에서 이날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가 약속했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을 심사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R&D 인력의) 주52시간 예외 조항은 특별법에 담을 문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이나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등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우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반도체 업계 지원 내용 위주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약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제시했는데 이중 전국민에게 25만원 상당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예산이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이 대표는 정부·여당과의 추경 협상에서 필요할 경우 이른바 '현금 살포' 예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민주당 자체 예산안에는 다시 포함된 것이다.

여당에서도 민주당의 움직임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바로 며칠 전 반도체 산업 근로 시간과 관련해서 말을 바꾸고 추경에서 전 국민 현금 살포를 뺐다 넣은 장본인이 바로 이 대표"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및 여당의 '우클릭 행보' 비판에 그동안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의 비판을 강하게 맞받아치며 '역공 모드'로 전환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오는 2월 24일 만찬 회동을 갖는다. 사진은 지난해 4월10일 22대 총선 출구조사 발표 후 이 대표(사진 가운데)와 김부겸(사진 왼쪽)·이해찬 당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언제나 성장을 추구해 왔고 경제발전을 추구해왔다"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다. 그러니 1%대로 (경제)성장률이 추락해도 계엄해서 영구 집권할 생각이나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 나라의 경제 방향이 뭔지, 산업정책이 뭔지 전혀 모른다"며 "'경제는 민주당'(이란 슬로건은) 빈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주 대표적인 친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이동형TV'에 잇달아 출연하며 지지층 공략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방송인 김어준 씨와의 인터뷰에서는 "다양성이 죽으면 당이 아니다. 당연히 불만이 있을 것이고, 말할 수도 있다"며 비명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다.

이어 14일 시사평론가 이동형 씨와의 인터뷰에서는 "나를 우클릭했다고 모는데 '우클릭' 하지 않았다"며 "원래 내가 내 자리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배석자 없이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만찬 회동을 가지기로 하는 등 당내 통합 행보도 이어갈 계획이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