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기대 커…조직 통합·마일리지 등 과제 산적
항공기 도입·시설 투자 등 부담…"재무안정성 유지 가능"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대한항공이 세계 10위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화학적 결합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항공사의 합병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마일리지 통합 문제 등 곳곳에 남은 과제와 부담도 적지 않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약 2년 동안 별도 법인을 유지한 뒤 2026년 말 기업 결합을 마무리해 대한항공 단일 항공사로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글로벌 항공사 중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는 메가캐리어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몸집이 커진 만큼 재무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양사의 통합 과정에서 초기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기재 통합, 노선 재편, 조직 문화 융합 등 수반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규모 항공기 도입과 시설 투자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대한항공의 재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및 보잉 787-9./사진=대한항공 제공

하지만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실적 안정성과 견고한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우려할 수준의 재무 부담이 생지지는 않은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은 화물운송 호조와 여객 수요 회복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전년 대비 10.6% 늘어난 16조1166억 원의 매출과 22.5% 증가한 1조944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 지난해에는 1969년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2542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6.8% 늘었다. 부채비율도 2019년 813.9%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99%로 크게 줄었다. 

박종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재무구조가 미흡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 영향과 항공기 도입, 엔진정비공장 설립 등 투자 소요를 감안할 때 연결기준 차입금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년간 확충해 온 재무 여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현금창출력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재 통합·노선 효율화…항공 MRO 역량 강화

통합비용 부담,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등을 감안했을 때 양사의 통합으로 인한 단기적인 수익성은 소폭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확고한 경쟁지위 확보, 규모의 경제 효과, 효율적 노선 배치 등을 통한 사업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기재 통합 및 정비 내재화를 통한 연결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 노선 재편 및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한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대한항공은 162대(여객 139대·화물 23대), 아시아나항공은 82대(여객 69대·화물 13대)를 보유 중이다. 합병 시 총 244대에 이르는 대규모 기단을 운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휴 기재 활용도를 높여 노선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신규 노선 개설 및 인기 노선 증편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 

MRO 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된다.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오버홀(Overhaul)의 앞 글자를 딴 MRO는 항공기 건강과 승객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다. 대한항공은 보잉 기재 비중이 크고,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비중이 높다. 통합 이후에는 양사 항공기 정비를 대한항공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통합 이후 양사의 정비 역량을 결합하면 기술력 상승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국내외 MRO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정비 역량 강화는 외화 유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업계 최고 수준의 MRO 역량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MRO 산업 발전과 신규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이후 자체 정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비 기술과 시설 등 제반 정비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대 난제' 마일리지 통합…재무 부담·역차별 우려도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은 현재 컨설팅업체를 통해 마일리지 가치 분석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결과를 받아 6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종 합병되는 2026년 10월까지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

최대 관심사는 마일리지 통합 비율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 비율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제휴 마일리지의 경우 동일하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모든 마일리지를 1대 1로 전환하면 대한항공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기존 대한항공 고객 입장에선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당 15원 정도, 아시아나항공은 11~12원 정도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잔여 마일리지를 뜻하는 이연수익은 각각 2조5542억원과 9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연수익은 추후 마일리지 소진 시 인식되는 수익으로 재무제표상 항공사의 부채로 인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마일리지 좌석 공급을 확대하는 등 마일리지 소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통합 전 제무재표에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를 최대한 털어내 통합 후 마일리지로 인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 김포~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좌석 1만3000석을 공급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지난 3차례 진행했던 제주노선 마일리지 프로모션보다 기간을 연장해 공급좌석 규모를 확대했으며, 비즈니스클래스를 포함한 해당 항공편의 모든 잔여석은 마일리지로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선 마일리지 항공권은 편도 기준 이코노미클래스 5000마일, 비즈니스클래스 6000마일이 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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