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든든한 곳간으로 투자 확대 나선다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전통적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강자 엔씨소프트가 든든한 곳간을 바탕으로 체질개선에 나선다. 지난해 출시된 신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투자를 확대하며 다양한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본사 전경./사진=엔씨소프트 제공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09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엔씨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인력개편 작업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때문이다. 또한 배틀크러쉬, 호연 등의 신작들도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등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2026년까지 10종의 신작 출시를 준비하며 실적 성장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FPS와 서브컬처 장르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해당 IP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MMORPG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체질변경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고 자체 개발력을 강화한다. 스튜디오 체제의 강점으로는 빠른 의사 결정과 전문성 향상 등이 있다. 올해 출시되는 △아이온2 △택탄과 △LLL 등이 스튜디오 체제를 거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역량 있는 회사 발굴에도 나선다. 입증 된 IP에 투자해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해당 작업에 연간 600~700억 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조직강화를 단행했던 북미 법인에 이어 서아시아와 유럽 등에도 인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박병무 엔씨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해외 쪽 인력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북미 쪽 사업 보강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과 서남아시아 쪽 인력 보강을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학계는 엔씨의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최근 게임 시장에서 IP를 다각화하고 장르와 소재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라며 "엔씨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만큼 장르를 늘려가는 방향성이 옳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 엔씨, 체질개선 위한 장거리 마라톤…재무건전성은 '합격'

엔씨의 체질개선에는 많은 비용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연간 수백억 원이 필요한 만큼,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필수다.

다행히 엔씨의 재무 건전성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우선 가지고 있는 곳간이 탄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7800억 원의 유동자산을 보유 중이며, 이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493억 원이다. 지속적인 실적 악화에도 유동비율은 487%를 기록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채도 적극적으로 관리 중이다. 2023년 1조1407억 원이었던 부채총계는 8879억 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7월에는 회사채 700억 원과 차입금 600억 원 등 1300억 원을 상환했다. 이런 노력에 부채비율도 2023년 35%에서 28.5%까지 감소했다. 

아울러 지난해 진행했던 인력개편 작업을 덕분에 수익성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000명 이상이었던 엔씨 본사 인력이 3100명까지 줄어든 만큼 큰 폭의 인건비 절감이 예상된다. 이번 인력개편으로 연간 18% 수준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규모 있는 신작 매출만 더해진다면 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온2가 출시되는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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