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
한국도 예외 없어…물량 확대 전략 및 미국 투자 등 대응책 마련
기업별 대응에는 한계…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협상 나서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로 인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존에 수출 물량이 제한돼 있던 쿼터가 폐지되는 만큼 물량 위주로 수출을 늘리거나 미국 투자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품부두./사진=포스코 제공


◆트럼프 관세에 철강업계도 ‘비상등’…대응 마련 고심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월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가 없다고 밝히면서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역시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협상을 통해 쿼터를 통해 수출 물량 제한하는 대신 무관세로 수출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한국도 쿼터는 폐지되고 철강재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 부과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국내 철강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미국 수출을 늘린다는 전략으로 선회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업체별로 수출 물량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펼쳤다. 한정된 물량 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집중해 수익성을 챙긴 것이다. 실제로 동국제강그룹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체 물량의 10% 수준을 보였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전체의 40%의 담당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았다. 

그러나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고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쿼터가 폐지되는 만큼 수익성이 낮아지더라도 물량 위주로 판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또 미국 투자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전기로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포스코도 미국 투자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통상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쿼터가 사라지면서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별 대응은 미봉책 불과해…“정부 차원에서 협상 진행해야”

철강업체들은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 나온 전략은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출 물량을 늘리는 전략은 제품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 데다가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하는데 관세 부과 시에는 미국 철강업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투자 역시 결정하더라도 부지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린다. 현지 생산이 이뤄질 때까지는 투자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 내 투자는 대규모 투자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이 현재 검토하는 전기로 투자는 규모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때와 같이 정부에서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실제로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일본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통화 이후 “호주는 몇 안 되는 미국의 무역흑자 상대국”이라며 “우리는 이 점을 크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해 관세 부과 면제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로 인한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나온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에서도 철강 관세 관련 내용이 빠진 것도 우려를 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6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비상수출 대책으로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국내 유턴기업 특별 지원, 관세 애로 신속 대응, 수출 기업 에로 해소 등을 내놨지만 당장 내달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는 철강 관련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이다. 

업계 내에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국내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미국 측에 전달하고 관세 부과를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상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대제철이나 포스코 등에서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면 우리나라도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