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대규모 금융사고에 따른 임원진 책임론에 대해 '지주 거버넌스 부실화'를 지적하며 사퇴 종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임 회장이 책임을 통감해 중도 사퇴할 경우 전반적인 지주 거버넌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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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대규모 금융사고에 따른 임원진 책임론에 대해 '지주 거버넌스 부실화'를 지적하며 사퇴 종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임 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중도 사퇴할 경우 전반적인 거버넌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사 경영실태평가를 발표했는데, 손태승 전 회장의 불법대출을 비롯 우리금융에서 가장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임종룡 현 회장 등 임원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우리금융 내에 현실적으로 파벌도 존재하고 내부통제가 지금 흐트러져 있다"며 "2022년도에 손태승 (전) 회장 연임 내지 연임 이후 그만뒀을 때의 혼란을 체험해봤기 때문에 임 회장께서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빠지게 되면 거버넌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 원장은 거버넌스 문제를 의식해 '기본적으로 지주사 회장의 임기는 채우는 게 좋다'는 입장을 임 회장에게 사석에서 자주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임기 문제는) 이사회 내지 주주 등이 결정할 문제이지 저희가 의결할 문제는 아니"라면서 "어느 금융회사나 천억 단위 사고들이 '뉴 놈(new norms, 새 표준)'이 될 정도로 (사고가) 퍼지는 것들은 저희가 크게 각성할 문제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그는 당국과 금융권 간 온정주의적 관계로 대형 금융사고가 빈번해진 것 같다며 반성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지주 회장들이 임기 문제를 우려하기보다, 환골탈태의 일환으로 직을 걸고 체질개선에 힘써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20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행도 이날 온정주의 및 파벌문화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이 원장은 "기업은행도 결국 끼리끼리 문화라든가 온정주의 문화 내지, 외연 확장주의에서 (사건이) 비롯됐다"며 "저희가 아주 엄하게 보고 있고, 큰 책임을 물으려 생각 중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은행권이) 지난 수년 동안 2배 3배 외연확장을 해서 수십조의 이익을 거두게 됐다"면서도 "과연 외형이 늘어난 만큼 내부가 단단해졌는지에 대해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은행 정기검사결과 발표 당시 불법대출과 부당대출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적한 악성대출 이슈는 말 그대로 불법 내지 배임에 해당하는 대출, 은행 규정에 따르면 (집행해선) 안 되는 대출 등이 있다"며 "은행에서 그런 대출이 생긴 게 창피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가 지적한 사실관계가 틀렸으면 그런 것들에 대해서 금융권과 저희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M&A 인가를 위한 심사과정은 이번 평가와 별도로 원칙대로 엄정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또다시 강조했다. 그는 "경영실태평가 및 등급이 좋게 나오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듯 외연 확장을 마음껏 하라 할 수 없다"며 "(반대로 평가결과가) 나쁘게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기계적으로 절대 안 된다, 된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CEO 선임과정 아쉽다는 발언, 특정인 의식한 것 아냐"
또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융권의 CEO 선임과정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했는데, 이에 대해 특정 금융회사 및 CEO를 의식한 발언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보다 지배구조 개선 관련 책무구조도 등 새 제도를 도입한 지 2~3년밖에 안 된 만큼, 벤치마크로 삼는 주요 선진국의 이사회 견제기능이 우리나라에도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 원장은 "하나금융지주의 이런(회장 선임) 절차들도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언론이나 국민들이 보시기에 '셀프 연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점들은 조금 더 미리 관련 규정들을 정비하거나 그런 것들이 왜 불가피한 지를 이사회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원장은 하나금융 이사회의 회장 선임과정에 대한 논의과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와 관련해 큰 이견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주주나 소비자들과 관련 내용들을 좀 더 공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내부통제 실패 인식, 은행권도 공감 표해"
내부통제 실패를 강하게 비판한 당국 의견과 지적에 대해 은행권도 이날 일정부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단순 내부통제라든가 관리의 의미가 약간 선언적이고 규범적인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은행들이) 당장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는 오히려 그때 얻은 이익보다 더 큰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해줬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강화가 은행 실무라인의 고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창구에 계신 분들의 애로사항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본점의 KPI 설정이라든가 단기 성과주의 또는 최근 대형 금융사고에서 보이는 것처럼 일부 온정주의에 비롯된 행태들(상호견제 미작동, 서류조작 등)은 저희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고 답했다.
특히 임원진이 단기 수익이 높은 상품들을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를 종용할 경우, 옛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펀드(DLF) 키코(KIKO) 사태가 터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운영 방식을 재점검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장들은 간담회에서 KPI 대신 중장기적 성장이나 혁신 측면을 고려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인하 효과, 이르면 1사분기께 누릴 것"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은행들의 금리인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저희가 개별 은행 내지, 은행의 가격 정책인 금리에 직접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1사분기께부터 (금리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데이터를 놓고 볼 때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 은행권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통상 6개월 가량 소요된 까닭이다.
그는 "(전날) 금융위원장께서 (금리인하 여력 관련) 종합적으로 생각하시고 시중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걸로 생각하고 있다"며 "2월 통화정책을 한국은행에서 결정할 텐데 물가추이나 환율추이 또는 내수 등 다양한 경기 상황, GDP 성장과 관련된 전망 등을 볼 때 조금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바람직하지 않은가에 대해 우리 당국 내에서도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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