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이 참여하는 '내란 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가 19일 출범했다. 조기 대선 관련 논의가 정치권에서 활발한 가운데 원탁회의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범야권 후보 단일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전날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서 당내 이념 공방이 대선 경쟁 구도에 또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내란 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 참여해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원탁회의는 공동으로 다음 달 1일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비상계엄 사태 해결을 주제로 하는 공동집회에 참석한다. 장소는 기존 야권 시민사회가 '탄핵 찬성' 집회를 이어왔던 서울 광화문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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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9./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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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은 일제히 '연대'를 강조하며 정치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원탁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개혁신당을 향해 "헌정질서 수호를 원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다양성"이라며 △현재 20석인 국회 내 교섭단체 기준 완화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제 도입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출범한 원탁회의를 놓고 조기 대선이 열릴 수 있는 상황에서 범야권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한 창구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출범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의 과정에서) 야권 단일 후보 경선 규칙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일단 범야권 연대를 줄곧 주장해왔던 비명계에서는 원탁회의 출범을 환영하고 있다. 비명계 싱크탱크인 '일곱번째 LAB(랩)'을 주도하고 있는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책임이 무겁다. 안으로는 단단한 통합을, 밖으로는 든든한 연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원탁회의가 야권연합으로, 나아가 빛의 연합정부로 더 크게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 전날 이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당을 향해 "앞으로 중도·보수,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비명계 중심으로 반발 심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친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며 "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클릭을 둘러싼 당내외 비판에 대해서는 "왼쪽에선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의심하고 있고 오른쪽에 있는 분들은 '이재명이 오른쪽으로 온다 했는데 가짜'라고 한다. 공격을 쌍방으로 받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클릭을 하지 않았다. 우리 보고 우클릭를 했다는 것은 프레임"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당장 비명계 인사들은 그동안 민주당이 가져왔던 진보·개혁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명계 잠룡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고 비민주적이며 몰역사적"이라며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전날 비명계 플랫폼인 '희망과 대안' 포럼을 출범시킨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어서 내 귀를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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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과 박찬대 원내대표./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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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대표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총선에서 '진보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과연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도 적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중도·보수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한 일종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며 "설명 하나도 없이 개인적인 생각으로 당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거의 '고양이가 필요한 쥐만 잘 잡으면 되지'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 정체성을 두고 비명계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 대표는 다음 주 잇달아 비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며 '통합 행보'를 계속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24일에는 김부겸 전 총리와 만찬 회동을 진행한다. 이어 오는 27일 이른바 '이재명 일극체제'를 놓고 강한 비판을 이어왔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찬 회동에 나서고 28일에는 비명계 잠룡 중 유일한 현직 인사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날 계획이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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