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 건설사 분양물량 80% 넘어
중견사 저렴한 공사비 내세워도 '외면'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대형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선호가 커지면서 건설 시장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물론 분양 시장에서도 대형사 브랜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견 건설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틈새 시장을 공략해 활로를 찾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주택 사업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

   
▲ 부산의 한 건설 현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작년 전국 분양시장에서 10대 건설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였다. 지난해 전국 24만1866가구 분양 물량 중 12만538가구가 10대 건설사에서 시공한 것이다.

전국 분양시장에서 10대 건설사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1년 29% 정도였으나 2022년에 35%, 2023년에 44%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심화돼 올해 분양시장에서 10대 건설사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로 한정하면 10대 건설사의 분양 물량은 전체의 80%를 넘었다. 지난 2021년에는 52%였으나 2022년부터 계속 80%를 돌파했다. 

도시정비사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불렸던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수주 경쟁을 펼쳤으나 포스코이앤씨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조합 총회 투표 결과 조합원 2070명 중 1834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1333명(72.7%)이 포스코이앤씨를 선택한 반면 두산건설은 418표(22.8%)를 얻는 데 그쳤다.

두산건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를 강점으로 이정환 대표까지 나서 공을 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포스코이앤씨가 차별화된 설계 등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승리의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정비 사업에서 브랜드 선호도에 따른 희비 교차는 비단 대형사와 중견사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형사 간에도 수주전이 펼쳐지면 대체로 조금이라도 순위가 높은 회사로 조합원 선택이 몰리기 때문이다.

올해 초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당초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점쳐졌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삼성물산의 압승이었다.

도시정비 사업 수주전에서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중견 건설사가 이긴 사례는 드물다. 무려 5년 전인 2020년 전북 전주시 종광대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당시 21위였던 동부건설이 3위 대림산업을 이긴게 전부다.

중견 건설사들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전하며 지방 주요도시에 공급을 노려왔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데다 대형 건설사가 경쟁자로 뛰어들 경우 고전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나 관급공사 수주 등 틈새시장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인 아파트 공급 사업이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 수록 향후 아파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진행한 '2024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브랜드 선호 이유로는 '품질과 기능이 우수해서(47.6%)'가 가장 많았지만, '투자가치가 높아서(20.5%)'도 선호 요인이었습니다. 품질과 기능이 우수하다고 응답한 것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브랜드 가치가 향후 집값에 반영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침체 및 양극화가 심화될 수록 더 짙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아파트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브랜드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현상은 바뀌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아파트 분양 및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고, 수도권도 비슷하다"라며 "지방 주요 입지에도 수요자들이 대형사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길 원할 정도로 브랜드가 아파트 선택에 절대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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