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 진행 중 공소사실 관련 내용 답변 제한”
정치인 체포 명단·尹 “의원 끌어내라” 의혹 미해소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증언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12·3비상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체포조’ 운영 여부와 경력의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 저지’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

조 경찰청장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 이어 3번째 증인으로 심판정에 출석했다. 앞서 조 청장은 혈액암 투병을 이유로 4차와 8차 변론기일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헌재가 강제구인을 위한 구인장 발부를 예고함에 따라 10차 변론기일에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경력을 국회로 파견하고, 이를 지휘했던 인물로서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조 청장 증인신문 과정에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핵심 증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0/사진=연합뉴스

조 청장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당시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6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으며, 여 전 방첩사령관 등으로부터는 주요 인사들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전달받고, 이들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받은 바 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에게 비상계엄 당시 △경찰의 국회 봉쇄 이유 △비상계엄 날 저녁 삼청동 안가 모임 내용 △박현수 경찰국장과 통화 내용 등을 집중 신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전달받았는지, 또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저지를 명령받았는지 등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조 청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핵심 질문들에 대해 모두 “공소사실과 관련된 내용으로 답변이 제한됨을 양해 부탁드린다”라며 증언을 거부했다. 특히 조 청장은 증인신문 간 숨을 몰아쉬며 힘겨워하는 모습 보여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 모두 압박 질문에 나서지 못한 채 증인신문을 종료하게 됐다.

윤 대통령 또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홍 전 1차장의 증인신문에서는 의견 진술 기회를 얻고 이를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조 청장에게는 특별한 의견을 진술하지 않고 “건강을 빨리 회복하시기 바란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조 청장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제 책임을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재판을 통해 다 이야기하겠다"라며 헌재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대신 검찰 조사에서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 청장에 대한 검찰조서가 헌재의 탄핵심판 증거로 활용되는 것에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 모두 이견이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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