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현대건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10배가량 주문을 받아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른바 ‘빅배스’를 통해 리스크를 털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우수한 재무안정성과 신용도가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
 |
|
▲ 현대건설 사옥 전경./사진=현대건설 |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날 진행된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배에 가까운 1조4900억 원 주문을 받으며 흥행했다.
만기구조(트랜치)별로 살피면 2년물 600억 원 모집에 5700억 원, 3년물 700억 원에 7800억 원, 5년물 200억 원에 1400억 원 자금이 모였다.
침체된 건설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성공적으로 자금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긴 했으나 모집금액의 10배 수준 자금이 몰린 데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흥행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빅배스(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를 통해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를 제거한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2209억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현대건설이 적자를 낸 건 지난 2001년 이후 23년 만이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해외 현장에서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오히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털어내며 재무적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시각은 시장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8일 장중 3만75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9일 기록한 장중 최저가 2만4100원 대비 56%가량 급등한 수치다. 지난해 실적 발표 이전인 지난달 21일 종가 2만6100원과 비교해도 44% 올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손실 가능성까지 반영한 결과로 오히려 악재 요소를 털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건설업계에서는 최우량 기업인 데다 신용등급도 안정적인 만큼 이러한 요인들이 더해져 나타난 결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해 적자전환에도 신용등급평가에서 기존 ‘AA-(안정적)’를 그대로 유지했다.
신용평가업계는 낮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현대건설의 안정적인 재무도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별도기준 현대건설 부채비율은 129.6%, 차입금의존도는 14.8%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레버리지 지표 절대적인 수준이 낮아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며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적자 전환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로 별도기준 부채비율 142%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보유현금 약 3조2000억 원 수준으로 유동성 대응능력도 우수하다”고 했다.
수주 측면에서도 국내외에서 잇따라 대형 사업을 따내며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7일 사우디 전력청(SEC)이 발주한 3억8900만 달러(약 5125억 원) 규모 ‘태양광 발전 연계 380kV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총 1조1878억 원 규모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 및 철거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이러한 선방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이번 회사채 흥행으로 인해 다른 건설사들도 자금 조달 측면에서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번 회사채 모집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 원 증액 발행을 검토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