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말 바꾸기 논란에 위협 안 돼…지지층 결집 주력
‘육참골단’ 전략…헌재·공수처 때리기로 동정심 유발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이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며 다시 한번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들은 공수처의 ‘영장 쇼핑’ 논란을 끌어올리며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구금이 불법이라는 점을 재강조했다. 중도층 이탈이라는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 공수처와 헌법재판소(헌재) 공격에 집중하는 것은 조기 대선에서 ‘한방’을 노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 향한 총공세…‘영장 쇼핑’에 민주당-공수처 체포 거래 주장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정부과천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현장에는 나경원, 조배숙, 윤상현, 박대출, 정점식 의원을 비롯한 10여 명의 의원들이 동행했다.

나경원 의원은 규탄 발언에서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 영장 기각 사실을 숨긴 이유를 밝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좌파 사법 카르텔’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 공수처는 불법 수사처이자 은폐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공수처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소속 의원들이 24일 과천정부청사 민원실 앞에서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수사 권한 및 영장 청구 적법성 논란 등을 비판하며 공수처 폐지를 촉구했다. 2025.2.24/사진=연합뉴스

특히 국민의힘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과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놓고 정치적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의 기소 권한을 확대하고, 3년인 이들의 임기를 정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층을 겨냥한 ‘더블 우클릭’ 전략으로 지지율 반등을 꾀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흔드는 것이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될 것을 알면서도, 강성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전략을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태이다. 강경 발언이 보수층에게는 먹힐지 몰라도, 중도층에게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현재 국민의힘은 중도 회복 탄력성이 망가진 상태다. 이미 한 말과 행동을 돌이킨다면 잡아 두었던 집토끼마저 잃게 돼 더욱 호랑이 등에서 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퇴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공수처와 헌재 때리기를 통해 반격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명 우왕좌왕 외연 확장 위협 안 돼…보수 분열 방지 주력

국민의힘이 강성 행보를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도층을 겨냥해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말 바꾸기 논란과 당내 정체성 혼란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서둘러 중도층을 공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 외연 확장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 22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피켓을 흔들고 있다. 2025.2.22/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에도 윤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았다. 이에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사실상 조기 대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퇴로’가 막힌 상태다. 그러므로 이들은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 준비와 외연 확장보다 강경 행보를 통해 분열을 방지하는 것이 ‘최선’으로 평가된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공수처와 헌재를 향한 공세가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반격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보수가 분열할 경우 조기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점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학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지층 결집으로)당의 분열을 막고 있는 것만으로도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 준비에서 민주당보다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이 진정성 문제로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만큼 서둘러 움직일 필요는 없다”라면서 “지금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한 뒤 반격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단계로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의 영장 쇼핑 논란, 공문서 위조 의혹, 헌재의 탄핵심판 신속 진행 등을 부각함으로써 조기 대선 정국에서 최소한 ‘동정심’을 이끌어 낼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공수처와 헌재 때리기는 외연 확장에 차질을 빚는 대신 당 분열을 막고 반격에 나설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