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택 임차인(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전세금 반환보증'이 임대인(집주인)의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환보증 제도가 임차인의 전세금을 보존해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자기자본이 부족한 임대인의 투기(갭투자)를 부추겨 사실상 '깡통전세' 문제를 양상하는 까닭이다. 이에 반환보증 수수료율을 현실화하고 임대인의 보증상품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행한 하나금융포커스 논단 '전세금 반환보증의 옵션가치와 갭투자'에 따르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반환보증 제도는 집 주인인 임대인에게 일종의 '풋옵션'을 발행해주는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 반환보증 상품에 미리 가입한 임차인은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보증회사로부터 보증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반대로 보증회사는 주택을 차압하면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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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임차인(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전세금 반환보증'이 임대인(집주인)의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환보증 제도가 임차인의 전세금을 보존해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자기자본이 부족한 임대인의 투기(갭투자)를 부추겨 사실상 '깡통전세' 문제를 양상하는 까닭이다. 이에 반환보증 수수료율을 현실화하고 임대인의 보증상품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4조 4896억원, 사고 건수는 2만 941건에 달했다. 이는 2021년 5790억원, 2022년 1조 1726억원 대비 압도적으로 비교되는 수치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자기자본이 부족한 임대인을 중심으로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문제가 부상한 것이다.
현재 반환보증 가입요건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 90% 이하, 주택시세 공시가의 140% 등으로 강화돼 공시가격의 126%(=140%Χ90%)로 낮아졌다. 이에 반환보증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임차인의 손실을 막아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임대인에게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전세를 악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가령 현재 시장가격이 5억원인 주택의 전세보증금을 4억 5000만원(전세가율 90% 가정)이라고 가정하자. 예비 임대인은 단돈 5000만원으로 집 주인이 되는 이른바 '갭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집 가격이 6억원으로 오르면 집 주인은 5000만원 투자로 1억원의 이익을 거두게 된다.
문제는 현 시세보다 하락했을 경우다. 집 가격이 4억원으로 하락하면 임대인은 집을 포기하고 손실을 5000만원으로 제한할 수 있다. 즉 주택가격이 전세금에 못 미치면 풋옵션을 행사해 주택을 보증회사에 넘기고 손실은 나몰라라 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도덕적 해이를 양산하는 셈인데, 이는 반환보증이 예금보험처럼 보증료를 차별화하거나 계약을 자주 갱신하지 않는 까닭이다. 오히려 반환보증의 보증료는 임차인이 내고 있어,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 비용이 보증회사로 전가되는 꼴이다.
현재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을 판매 중인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투기적 갭투자를 부추기고 공공부문의 재정 부담을 야기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임대인이 보증상품 가입을 의무화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평가다.
논단을 집필한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는 투기적 갭투자를 부추기고 공공부문의 재정 부담 문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임대인의 보증상품 가입 의무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보증료율의 현실화와 차등화도 시급한데 이 과정에서 서민층의 주거 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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