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전국 산단 영세 제조업체 229개 대상 감독
아리셀 모기업, 164명 무허가 파견 확인
차별적 처우·금품 미지급 등 231건…즉시시정조치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고용 당국이 영세 원·하청 제조업체 229개소 중 190개소에서 총 94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중 87개소에서는 불법파견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전국 산업단지 영세 제조업체 229개소를 대상으로 지난해 7~11월 실시한 불법파견 감독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해 6월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정부는 사고 기업인 아리셀과 유사한 1차 전지 제조업체(43개소)를 포함해 산단 영세 제조업체 229개소(원청 115개소·하청 114개소)를 대상으로 감독을 실시했다. 감독에서는 불법파견 여부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 임금 체불 등 사업주의 기본적인 노동권 준수 여부도 살폈다. 

점검 결과, 190개소에서 총 94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중 불법파견은 87개소(원청 28개소, 하청 59개소)였다.

먼저 원‧하청이 외형상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질은 원청이 하청근로자를 직접 지휘·명령하는 파견근로자로 사용한 '무허가 파견'이 73개소(원청 24개소·하청 49개소), 836명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A 사는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하청업체 3개소로부터 근로자 18명을 파견받아 직접 지휘‧감독했고, 원청업체 소속 근로자와 혼재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감독 대상에는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던 화성 사고 기업의 모기업이 포함됐는데, 이 기업의 1차 협력업체에서도 불법파견 사실이 확인됐다. 1차 협력업체(2개소)는 2차 협력업체와 외형상 도급계약(부품납품)을 체결한 후 하청근로자를 지휘·명령해 파견근로자(164명)로 사용하는 등 무허가 파견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일시·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사유가 없음에도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파견대상 업무 위반'도 14개소(원청 4개소·하청 10개소), 48명 적발됐다.

정부는 불법파견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업체(원청 24개소)에 대해 파견근로자 884명을 직접고용하도록 시정조치했다. 그 결과, 직접고용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근로자를 제외한 312명에 대해 직접고용이 완료됐다.

근로자들이 직접고용을 거부한 사유는 하청과 다르지 않은 원청의 열악한 근로조건, 더 높은 임금을 주는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 편의성 등이었다.

이와 함께 기간제·단시간·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여성 근로자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약 3000만 원 규모의 명절 상여금 및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13개소(16건)가 적발됐다. 고용부는 이들 사업장에 즉시 시정토록 했다.

최저임금과 연장근로수당 등 금품 12억4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118개소(215건)도 적발해 즉시 시정토록 했다.

이 외에도 163개소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 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583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번 감독 대상은 상시 근로자 수가 50인 내외 영세제조업체로, 만성적 인력난과 열악한 근로 조건, 노무관리 전문성 부족 등으로 법 위반 사항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고용부는 원청이 수당 신설을 통해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을 유도하는 등 불법파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안내·지원했다. 또한 기업 여건을 고려한 컨설팅을 병행해 근로자 근로 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불법파견이 적발된 15개소 원청 사업주 및 파견근로자와 심층 면담을 실시하고, 파견근로자가 다수 활용되고 있는 경기도 안산지역 제조업체 115개소의 관계자 의견도 함께 청취했다.

이들 기업들은 경기나 물량 변동에 따른 유연한 인력 운영 필요, 직접 채용 여력 부족 등으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외부업체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근로자의 경우 실제 원·하청 간 근로 조건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원청에 직접고용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직접고용보다는 임금 상승과 같은 실질적인 근로 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유진 노동정책실장은 "영세 제조업체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 등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인력공급업체 등을 활용한 탈법적인 인력 운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앞으로도 근로감독뿐 아니라 고용구조 개선 컨설팅 등 종합적인 개선책을 지속하고, 근로자파견제도를 포함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제도개선 논의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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