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범위 인정 확대'·'파업 시 사업자 손배 제한' 등 '독소 조항' 그대로
전문가 "외국인 투자 급감 속 노란봉투법으로 한국 경제 위축 가능성 커져"
[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친노동조합(노조) 성향 법안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발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당 및 경제계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맞은 상황에서 최근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던 와중에 갑자기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해 입법 절차를 강행하는 것이 '갈지자 행보'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기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 달래기'로 급 좌회전하는 제1 야당이 입으로만 '중도 보수'를 외치고 있는 까닭에 자칫 대·내외 신인도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은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회부됐다. 이번에 재발의된 노란봉투법은 여당 및 재계 등지에서 독소 조항이라 불린 '쟁의 행위 인정 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입법이 추진됐던 21·22대 국회에서 모두 대통령의 재의요구와 이어진 재표결 과정에서의 부결로 두 차례 폐지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이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쌍용차 사태 당시 법원에서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파업 근로자들에게 약 4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판결이 나오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노란색 봉투에 돈을 담아 해당 근로자들을 지원하던 것에서 유래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이 어떤 민생 법안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민생 법안"이라며 "당 지도부, 그리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에서 적극 건의를 하고 빠른 추진을 할 예정"이리고 밝혔다.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2025.2.24./사진=연합뉴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은) 이미 민주당의 당론 법안"이라며 "당론이 변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됐고 민주당의 대선과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추진을 포기한 바 있다.

여당 측은 노란봉투법이 불법 소지가 있는 파업의 양산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이번 입법 절차에서도 반대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도 확장을 명목으로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는데 친노조법인 노란봉투법을 다시 발의한 것은 국가경제에 대한 무지와 정책 철학의 빈곤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기업을 살린다면서 기업들 다 죽이는 노란봉투법을 또다시 들이민다"며 "국민을 갈라 표를 챙기고 세금을 살포해 표를 사는 것이 민주당의 오랜 전통"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추진이 국내 경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태로서 우리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2.24,/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보다 외국으로 유출된 자본이 2배나 많다"면서 "강력한 노조가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기 꺼리는 가장 큰 이유인데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한국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노란봉투법은 사익을 제한해서 얻는 공익이라는 것이 법의 균형성을 잃은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적으로 볼 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기업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 본 것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말하는 건데,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 않고, 방법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게다가 지금처럼 민주당이 좌클릭하다 우클락하고, 우클릭하다가 좌클릭한다면 너무 포퓰리점적이다.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읽어버리는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 사실상 포기했던 노란봉투법 추진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했다. 윤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데 향후에도 '내란 옹호 세력 대 내란 반대 세력' 이라는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반(反)시장법'이라 비판받아도 노란봉투법과 같은 친노조 성향의 법안을 잇따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노란봉투법은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법안"이라며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자임하는 와중에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