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물 금리 2%대, 김병환·이복현 "가산금리 점검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2.75%로 하향 조정하면서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권을 타깃해 "가산금리 추이를 점검하라"며 대출금리 인하를 부추긴 바 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는 만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5년 고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3.468~5.62%로 집계됐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2.75%로 하향 조정하면서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권을 타깃해 "가산금리 추이를 점검하라"며 대출금리 인하를 부추긴 바 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는 만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86~5.26%,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3.86~5.17%,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이 연 3.468~4.468%,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최저 연 4.08%, 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이 연 4.02~5.62% 등이다. 하나은행의 금리하단이 그나마 눈에 띄지만, 지난해 12월 16일 5대 은행의 금리가 연 3.36~5.76%였던 점에서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고금리 기조는 2%대에 불과한 최근 시장금리 양상과도 크게 대비된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은행채 5년물(무보증, AAA) 평균금리는 2.983%로 전날 2.996% 대비 약 0.013%p 하락했다.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29일 2.965%를 기록하며 연중 첫 2%대 금리를 기록했는데, 최근까지 2.9~3.0%대를 오르내리며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5년물은 주요 시중은행이 고정·혼합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삼는 채권으로, 대출자들의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요소 중 하나다. 

사실상 시장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최소화하는 식의 영업을 펼친 까닭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가격(금리)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실제 은행들이 이날 고시한 대출상품의 금리를 놓고 보면 가산금리는 1.08~2.61%p에 달하는 반면, 우대금리는 0~1.6%p에 그쳤다. 대출자들이 자동이체·카드실적 달성 등 은행들의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고신용자들도 여전히 4~5% 금리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한은이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0.25%p 기준금리를 각각 인하한 데 이어 이날 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한 만큼, 대출금리는 추후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3.00%의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연 2.75%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년 4개월만에 2%대로 진입하게 됐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지나친 가산금리 부과 현상을 수차례 지적하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어 전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도 가산금리를 지적하며, 은행들의 금리인하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준금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게 중요하고 이제는 반영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하고 있다. 대출금리도 가격이고 거기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는건 적절치 않다는게 기본적인 스탠스지만 시장원리는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날 오전 본원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직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해 은행 가산금리 점검을 특별히 당부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그간의 금리인하 효과가 우리 경제 곳곳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가운데, 국내 정치상황이나 고환율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이 제약될 수 있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은행권 가산금리 추이 등을 점검해 지난 10월 이후 세 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가계·기업 대출금리에 파급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라"며 "최근 서울 일부 지역 부동산 회복세, 이사철 매매수요 등이 금리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가계대출 쏠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적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월 1~20일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5조 75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 733조 6589억원 대비 약 2조 933억원 불어난 수치다. 영업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약 14일 만에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풀린 것이다. 새해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된 데다, 대출제한을 조금씩 완화한 까닭이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주담대였다. 주담대는 전달 579조 9771억원에서 이달 20일 581조 8439억원으로 약 1조 8668억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20일 기준 102조 3426억원을 기록해 1월 말 102조 82억원 대비 약 3344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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