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빌딩 필요 없는 토지 용적률을 도심지로 이전하는 개념
글로벌 서울 초석 기대감 이면엔 균형개발 해치는 양극화 우려도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서울시가 용적률을 사고 팔 수 있는 '용적이양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초고층 빌딩 건설을 가능케 해 도시의 개발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자칫 강남 등 일부 도심지에만 개발 여력이 쏠려 균형개발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시가 올 하반기부터 '용적잉야제'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어서 서울 내 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롯데


25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인 24일 '서울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칭)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상반기 제정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TDR'(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로 알려진 해당 방안은 이미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주요 글로벌 도시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도입 의견이 나왔으나 본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유적지 등을 개발할 때 고도제한 등 규제로 원래 받을 수 있는 용적률보다 낮은 용적률을 받았을 경우 남는 용적률을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용적률을 구매한 사업자는 건물을 기존 용적률 제한보다 높게 지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과 연구를 통해 맞춤형 제도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건축법상 '결합건축' 제도를 활용해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이 결과물을 토대로 실행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개발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용적이양제가 도시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밀도 도시개발에 효과를 보이면서 글로벌 도시가 된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의 스카이라인은 뉴욕·도쿄·상하이·싱가포르 등 글로벌 도시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실제로 뉴욕 '원 밴더빌트'가 TDR을 통해 인근 그랜드센트럴터미널·바워리세이빙 빌딩의 용적률을 이전받아 초고층 빌딩(93층·용적률 약 3000%)으로 개발됐다.

도쿄 신마루노우치빌딩(38층·용적률 약 1760%)과 그랑도쿄(43층·용적률 약 1300%)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된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으로 지어졌다.

다만 용적률 거래로 도시 균형개발이 훼손돼 강남 등 특정 구역에만 개발 여력과 자본이 몰리고 변두리로 갈 수록 개발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에 방점을 두고 사실상 도심지 용적률을 풀어주는 조치로, 주요 입지의 무분별한 초고층 빌딩 난립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사업성만 고려한 초고층 빌딩 난립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자본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현상을 심화시켜 서울시 전체의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수 년 전부터 재건축 등을 통해 한강변에 빼곡히 들어선 고층 아파트로 인해 도시 미관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민과 더 나아가 국민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 등 자연 경관을 별다른 규제 없이 소수가 독점하듯이 막아선 것이 도시의 균형발전과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적이양제가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성만 고려해 용적률 거래를 허용하기 보다는 공공성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거래만 허용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같은 '서울형 용적이양제'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합리적 실행모델을 연구하고 선도지역을 선정해 서울형 용적이양 선도사업을 시범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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