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52시간 예외 놓고 여야 이견 장기화
중국·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글로벌 경쟁력 확보하려면 주52시간 예외 필수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가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반도체 주52시간 허용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재계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야는 대립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 내에서는 의미가 없다며 반발이 커지고 있다. 

   
▲ 재계 내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주52시간 예외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이미지 생성=뤼튼


2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을 보면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대비 5%p(포인트) 높이는 것이 골자다. 기존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이 대·중견기업 기준 15%, 중소기업 기준 25%에서 각각 20%, 30%로 높아지게 된다. 

또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기한도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해 산업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재계가 원하는 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예외는 여전히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R&D의 경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데 주52시간 적용으로 인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거듭되는 실험이 필요한 만큼 유연한 근무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도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R&D 분야 주52시간제 유연화’를 포함해 반도체특별법을 제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주52시간 예외는 필요없다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야 의견이 엇갈리면서 지난 20일에는 여·야·정 대표가 만나는 국정협의회를 열었으나 이 자리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주52시간 예외 적용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중국, 일본 등 경쟁국가에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으로 대규모 지원에 나서면서 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반도체 산업에 약 135조 원이 투입됐으며, 첨단 메모리 및 AI 칩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에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도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90조 원을 지원해 과거 반도체 강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내에서는 정부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보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주52시간 근무 예외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미 중국의 기술력은 우리나라를 거의 따라잡았는데 언제까지 주52시간에 걸려 시간을 지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재계 내에서도 주52시간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돼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국내 경제단체들은 정부·국회를 찾아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성패의 기로에 서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 시절 약속받은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서도 전부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여야가 주52시간 예외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고 있으며, 뒤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쫓아오고 있다”며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인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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