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부적합 소비자 투자권유 금지, KPI '고객이익' 우선 재설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제2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막기 위해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를 '은행 거점점포'에서만 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또 금융사가 상품별 판매대상 고객군을 자체 설정토록 해 부적합 소비자에게는 투자를 권유하지 않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아울러 성과보상체계(KPI) 평가도 '단기영업실적' 대신 '고객이익'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개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 금융당국이 '제2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막기 위해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를 '은행 거점점포'에서만 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또 금융사가 상품별 판매대상 고객군을 자체 설정토록 해 부적합 소비자에게는 투자를 권유하지 않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아울러 성과보상체계(KPI) 평가도 '단기영업실적' 대신 '고객이익'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개편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당국이 이 같은 규제책을 새로이 내놓은 건 은행들의 영업방식에 허점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금감원이 판매사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점포 대부분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수신상품의 판매 창구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았다. 이에 다수 고객이 고난도 금투상품을 '원금보장 상품'으로 오인할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바라보는 고난도 금투상품의 기준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최대 손실위험(원금손실 20% 초과)이 큰 상품을 뜻한다. 

또 은행들은 판매실적을 강조하는 관행에 따라, 고난도 금투상품의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성과보상체계, 판매한도 관리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내부통제를 마련하지 않아 이른바 '밀어내기'식 영업행태도 만연했다. 

"물리적으로 분리된 전용 상담실 마련해야"

이 같은 은행들의 부적절한 영업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당국은 새로운 규제책을 발표했다. 새 규제책은 △은행 판매채널 △적합성·적정성 평가 △투자권유 △상품가입 △상품이해도 제고 △성과보상체계 등 6개로 구분된다.

우선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는 앞으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점포'에서만 할 수 있다. 해당 점포에는 ELS 판매를 위해 벽(또는 층간 분리)과 별도 출입문 등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전용 상담실을 갖춰야 한다. 또 자격요건(관련 교육 이수 및 자격증 보유 등)과 최소 3년 이상의 상품 판매경력을 가진 전담 직원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기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채널도 소비자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식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 영업하는 점포의 경우, 행원이 점포 내 투자 창구에서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행원이 증권사 창구에 소개해 상품을 팔더라도 은행 KPI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동안 은행들은 점포 내에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창구를 별도 구분하지 않았다. 이에 상품 특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노령 소비자들이 예·적금 창구에서 고난도 금투상품에 가입하기 부지기수였다. 이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 은행의 영업행태와 대비된다는 게 당국의 지적이다. 

아울러 은행들은 소비자보호 우선 기조에 따라 적합성·적정성 평가 원칙을 내실화해야 한다. 이에 투자자 정보 확인·성향을 분석할 때 6개 필수확인정보(△거래목적 △재산상황 △투자성상품 취득·처분 경험 △상품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 투자자 투자 성향 판단 시 고난도 금투상품은 '점수 방식(scoring)'과 '추출 방식(factor-out)'을 모두 균형있게 활용해야 한다. 점수방식은 항목별 답변을 점수화해 점수 총합에 걸맞은 투자성향을 매칭하는 방식이며, 추출방식은 항목별 답변에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와 함께 은행이 상품별 판매대상 고객군을 자체 설정해 부적합 소비자에게 투자를 권유해선 안 된다. 은행이 원금 전액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소비자라고 판단할 경우에만 상품 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부적합 소비자가 상품 가입을 희망할 경우, 은행은 '부적정 판단 보고서'를 제시해야 하고, 투자 권유가 없었음을 증빙할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KPI 평가, 영업실적 대신 고객이익 중심으로 재설계 

또 은행들은 고위험상품의 이해도를 돕기 위해 상품설명서 상품명 앞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 또 설명서 최상단에 △부적합한 소비자 유형 △손실가능성 △손실발생 사례 등을 순서대로 배치해야 한다. 

성과보상체계로 활용되는 금융상품 KPI 평가는 기존 '단기 영업실적' 대신 '고객이익'을 우선하도록 재설계된다. 금감원은 판매사별 적합성·적정성 운영실태를 정기 점검하면서 모범사례를 발굴·공유하고, 미스터리 쇼핑 표본을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소비자보호 부서는 고위험 금투상품의 판매승인 및 판매한도를 정기적으로 재승인하는 등 점검을 펼쳐야 한다. 당국은 판매동향 및 상품 기초자산에서 이상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적으로 검사 및 감독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주요 개선책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법규 및 모범규준 확정 이후, 은행들이 이를 개선·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특히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거점점포의 경우, 은행들이 4월부터 개선내용을 완비하고 자체점검에 나서야 한다. 금감원은 9월께부터 이를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은행 내규반영 여부 및 과제 이행상황 등을 두루 점검할 방침이다. 

한편 홍콩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금감원의 자율배상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피해자들과 자율배상을 추진 중이다. 당국 추산 은행권 홍콩ELS 손실 확정 계좌는 16만 9000건이며, 원금 10조 4000억원 중 약 4조 6000억원이 손실액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배상진행 계좌 16만 9000건 중 약 93.8%인 15만 9000건(손실액 4조 1000억원, 배상액 1조 3000억원)의 자율배상 동의가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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