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며 “이 대표가 행정부를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 규정 개정 등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직격했다.
한 전 대표는 26일 출간된 자신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 한동훈의 선택’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만약 대통령이 됐을 경우 또다시 한국 대통령의 계엄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는 책에서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막기 위해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의 신간 출간일은 마침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이 있는 날이었다. 한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많은 보수 진영의 국민들이 상처를 입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책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들을 향해 “탄핵으로 상처 입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책의 후반부에서 ‘한동훈의 생각’ 대목에서 ‘막상 탄핵 절차에 돌입하니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았다’는 질문에 “그분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한다. 저도 많이 고심했고 괴롭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
 |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사진=미디어펜 |
또한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안타까움도 언급했다. “인간적인 괴로움이 컸지만 정치인에겐 늘 국민이 먼저이기 때문에 사적 인연보다 공공선을 앞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한 전 대표는 12.3 계엄 과정에서 경험한 일에 대해선 책의 전반부 ‘계엄의 밤’ ‘선택의 시간’ ‘진퇴의 시간’이란 대목에 걸쳐 상세히 서술했다. 먼저 비상계엄 발표 직전 한 전 대표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한 전 대표가 “무슨 상황이냐”고 묻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상사탭니다ㅠ”라고 답했고, 구체적인 내용을 되묻자 “최악”이라는 답변이 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를 보는 순간 여당 대표로서 고민했다. 당면 목표는 단 하나였다.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비상계엄을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계엄 해제 전후 혹시 모를 유혈사태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기를 잘 넘기는 거였다. 만약 다음날까지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결국 대통령 탄핵 소추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직간접적으로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대통령의 진의를 물었다. 그에 따르면,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다. 자진사퇴할 생각 없다. 결국 탄핵으로 가겠지만 당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탄핵을 계속 부결시켜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보수정치가 죽고, 국민의힘이 죽는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망가질 것이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대해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주류를 차지하거나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면 그 해악이 너무 크다”면서 역사 속에서 극단주의자들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그 존재 자체가 위험은 아니다. (다만) 주류 정치인들이 극단주의자들을 용인하고 굴복하는 순간부터 공동체에 심각한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
|
▲ 26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시민들이 이날 출간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저서 '국민이 먼저다'를 읽어보고 있다. 2025.2.26./사진=연합뉴스 |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어쩌면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들은 그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나 극단적 유튜버 세력을 당권을 잡는데 유용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그런 세력들은 도구에 그치지 않고, 거꾸로 주인이지 조정자로 행세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보수정치는 망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대한민국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며, 품격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중산층이 두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민주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극단적 포퓰리즘이 좌우 양쪽에서 독버섯처럼 커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선 상식과 합리를 갖춘 중간층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불평등의 대가는 극좌, 극우가 판치는 가짜 민주주의 사회로 추락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복지정책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국민 한명 한명을 잘 살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앞으로 북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3월 초부터 외부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경기도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 사고와 관련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신속한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 모든 분들이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국민과 함께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