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헌법재판소(헌재)가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헌재는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하거나, 재판관의 지위를 확인하지는 않아 헌재의 선고에도 마 후보자 임명 여부는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헌재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은 전무할 것으로 관측됐다.
헌재는 이날 오전 국회가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권한쟁의를 청구한 것에 ‘국회의 권한 침해 부분’을 확인했다.
그러나 헌재는 마 후보자가 재판관의 지위에 있거나,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결정을 구하는 지위 확인 등의 부분은 각하했다. 즉 헌재가 최 권한대행에게 국회의 권한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의무를 부여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선고는 사실상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헌재가 국회의 권한 침해 사실을 확인한 것일 뿐,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최 대행이 언제, 어떻게, 누구를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아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할 효력이 없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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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참석해 있다. 2025.2.27./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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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법리상으로 의무란 국회가 (헌재 재판관을)선출하게 되면 다음 절차로서 대통령이 임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그 임명에 관한 시기에 관해서는 의무가 없고, 정치적인 책임만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헌재가 이번 선고에서 마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 확인 부분을 각하해 버려 임명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최 대행이 정치적인 위험성을 홀로 감내하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전 마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도 “2019년 헌재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및 입법 촉구를 한 바 있다. 또 선거마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것에 위헌이라는 결정이 수없이 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개정이 되지 않지 않았나”라면서 “헌재가 권한 침해를 확인했다는 것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명제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마 후보자 임명은 오로지 최 권한대행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 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한 정치적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최 대행이 속히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헌재의 선고에 대해 국회의 마 후보자 선출은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반발하며,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의 그런 재판에 대단히 유감이다. 국회의 오랜 관행이 여야 합의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마 후보자는 추천서 내역에서 보듯이 민주당만 들어가 있다. 민주당 단독 추천 재판관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오늘 헌재의 결정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합의 원칙은 외면한 채 민주당의 다수결만능주의 만행을 추인한 꼴이다. 국회의 합의 절차 및 관행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결정이라고 본다. 국회 관습법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또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참여 문제를 두고 한차례 소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에 참여한다면 헌재는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 마 재판관이 11차 변론을 숙지한 상태에서 판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재의 ‘속전속결’ 기조와 달리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
헌재가 변론 재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측이 헌재의 ‘졸속 재판’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는 사회적 반발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최 권한대행이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혼란 방지 등을 명분으로 마 후보자 임명을 지연할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기재부는 이날 “(최 권한대행이)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다”라며 마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최 대행이 한 총리 탄핵심판 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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