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간밤 미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며 '추세하락'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던 미 증시가 다름 아닌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불확실성으로 고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대비 견조한 흐름을 지속했던 국내 증시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미 28일인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3% 넘게 급락하며 시장 분위기는 반전된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시간으로 오늘 밤으로 예정된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결과가 단기적인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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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 미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며 '추세하락'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비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던 국내 증시가 결국 2월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급락장세를 맞고 있다. 미국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상승세를 유지해왔지만 버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6.14포인트(-1.38%) 내린 2585.61로 개장했지만 오전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 결국엔 장중 3% 넘게 지수가 빠지고 있다. 개장과 동시에 2600선이 깨진 것은 물론 2530선까지 지수가 밀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며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에서 외인이 약 8000억원, 기관이 약 6100억원의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만이 1조32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으나 지수 반전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3%대 급락세를 나타내며 750선이 무너졌다.
악재는 미국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관련 일정 발언을 번복하면서 소위 ‘선반영’된 것으로 여겨졌던 관세 우려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시장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이 되살아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조치’가 오는 4월 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가 발언 오류였다며 시행일을 3월 4일로 정정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의 불안감을 더했다. 소위 말하는 '관세 전쟁'의 양상을 짐작할 수 없게 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가중된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급상승한 점은 증시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60원선으로 돌아가며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이 2월 마지막 거래일인 점, 국내 증시가 내달 3일까지 휴장이라 우선은 현금을 확보하려는 심리 등도 하락세에 영향을 부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관세 부과 당시 즉각 보복 조치를 내놨던 중국이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이번에도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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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전쟁'의 양상을 짐작할 수 없게 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가중된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면, 호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 주가가 간밤 ‘총마진율 둔화 우려’를 이유로 대며 8% 넘게 급락하며 다시 한번 인공지능(AI) 반도체주들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킨 점이 시장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 리서치부장은 엔비디아 실적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1~2년간 놀라운 상승을 보여준 AI 모멘텀의 추가 성장 지속가능성과 전방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추세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 증시 급락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장중 5% 넘게 급락 중이고 한미반도체는 거의 8% 가까이 주가가 빠지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도 약 2,5% 하락 중이다.
또한 미국 국채 시장에서 단기채 가격이 장기채보다 떨어지면서 근시일내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유통 금리는 4.249%를 기록했는데, 같은 날 3개월 만기 국채의 유통 금리는 4.301%를 나타냈다.
3개월물 국채 가격이 같은 액면가 기준으로 10년물보다 저렴해진 셈인데, 국채 시장에서는 장기채 가격이 단기채보다 비싸지는 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보는 경향이 있어 미 증시 하락세에 속도를 더한 모습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곡점은 한국시간 기준 오늘 밤에 발표되는 미국의 2월 PCE 가격지수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2월 PCE가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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