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3월 중고차 B2C 브랜드 론칭
현대차·기아, 5월 시장 점유율 제한 해제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중고차 시장도 판매량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공략으로 침체된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는 롯데렌탈의 B2C 중고차 사업 확장, 현대차·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에 대한 점유율 제한 해제로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2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17만5412대로 전년(21만1534대) 대비 17.1% 감소했다.

   
▲ 경남 양산 하북면에 있는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사진=현대차 제공

국내 중고차 시장은 경기 불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과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은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 역시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은 시장 침체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진출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현대차·기아, 점유율 제한 해제…시장 공략 본격화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나란히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사 모두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품질 검사를 하고,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진출 당시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 문화를 안착시켜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안에 따라 중고차 점유율을 제한했다. 기존 중소매매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올해 4월까지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4.1%, 2.9%를 유지하는 것인데 오는 5월 점유율 제한이 해제됨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본격적으로 인증중고차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철저한 품질 검증을 거친 인증중고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점유율 제한으로 인해 판매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점유율 제한이 풀리면 두 회사가 보다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기존 중고차 시장의 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최근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한 것이 중고차 사업 확장을 위한 행보라고 분석한다. 인증중고차 사업을 위해 중고차 매매단지 등 대규모 중고차 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23년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입했지만 점유율 제한이 있었던 만큼 큰 활약을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점유율 제한 해제 이후에는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들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렌탈, B2C 중고차 시장 진출…"B2B 대비 이익률 높을 것"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롯데렌탈도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롯데렌탈은 기존의 렌터카 사업을 활용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고차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사진=김연지 기자

롯데렌탈은 렌터카 1위 업체의 이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렌탈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온라인 기반의 중고차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중고차 시장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투명한 차량 이력 제공, 성능 보장 등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11월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같은 해 12월 온라인 서비스를 오픈했다. 오는 3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B2C 중고차 판매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1월 구축한 강서구 가양동 매매센터에 이어 부천과 수원, 안성 등에 매매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롯데렌탈은 시설자금 등 약 2120억 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중고차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위한 시설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의 B2C 중고차 판매는 기존에 B2B로 매각하던 것을 중간 마진 없이 바로 소매로 팔 수 있어 장기적으로 B2B보다 이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기업 진출, 소비자 신뢰 회복의 계기 될까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중고차 시장을 주도해 온 중소업체들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고품질 인증중고차를 제공하며 기존 시장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중고차 업체들도 품질 관리 강화, 온라인 플랫폼 개선, 서비스 차별화 등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고차시장은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꼽힌다.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상태 등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상대적으로 심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위 매물, 주행거리 조작, 사고 이력 은폐 등으로 인해 '중고차=불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의 진출이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기아, 롯데렌탈 등 대기업들이 철저한 품질 검증과 정직한 거래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고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허위 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의 문제가 줄어들고,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기존 중고차 시장의 불투명한 거래 관행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중소업체들은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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