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젤렌스키 배제, 계획된 것…미·러 관계, 급진적 새 국면 진입"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경제적 협력을 기반으로 관계 재정립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공식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물론 글로벌 외교 질서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젤렌스키 정부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단순한 돌발 행동이 아닌 계획된 정치적 강공책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젤렌스키의 정치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함정이었다는 분석이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긴장 관계에 있던 양국 관계가 새롭고 급진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미디어펜 DB


특히, 미·러 관계 재정립에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러시아를 미국 측으로 끌어들이려는 우파 세력의 구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논의가 물밑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CNN은 러시아 측 반응과 관련해 "계획된 것이든 아니든, 백악관의 '막말 시합'에 기쁘게 반응한 러시아는 이제 미·러 관계 재건을 위한 회담이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되고, 심지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주요국을 배제한 채 종전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CNN은 이 회담에서 양국이 에너지, 우주 탐사 등 경제 협력 재개를 검토하기로 한 만큼 향후 논의가 더욱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튀르키예에서 미·러 대표단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경제 협력 움직임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러시아-독일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재가동을 위해 미국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측이 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비공식적으로 투자 제안을 하고 있다며 이는 미·러 경제 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2021년 완공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투자·경제 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도 이날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의 사업적 통찰은 바이든의 이야기를 무너뜨린다. 러시아를 물리치려는 시도는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경제 성장·AI 혁신·화성 탐사 같은 미래 지향적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도 미국의 변화된 외교 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공개된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외교 정책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며 "이는 대체로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간 관계에서 (그동안) 큰 피해가 있었고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유지된다면 이 길은 꽤 빠르고 성공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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